오는 8월 정부가 밝힌 대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업계의 연간 수익이 3500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을 막고 자체 결제 인프라를 도입하는 등 단순화를 통해 경비를 절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건희 경기대 교수는 22일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신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을 논한다’는 주제발표를 맡아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5억원 이하로 확대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맹점의 87%(현재 77%)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며 “당초 예외적으로 일정한 가맹점을 우대하기 위한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영세가맹점(수수료율 0.8%)의 기준을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수수료율 1.3%)은 연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이 줄면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환 경기대 교수는 “카드사는 한정된 재원 아래서 손실 만회를 위해 회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후생 및 소비 감소, 가맹점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부메랑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수익 주요 항목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간편결제시장 활성화로 카드사가 지급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지급결제 플랫폼의 확장과 결제 기술 발달로 다양한 결제 기술이 출현했다”며 “카드사는 발급 기능과 신용공여 기능만 남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카드사가 금융회사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출해 금융사 간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카드 수수료 인하 땐 카드사 年 3500억 손해”
입력 2017-06-22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