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거부한 데 이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남북대화에 나서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도 걷어찼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인신공격성 비난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단계적 해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구상에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문 대통령을 ‘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북남 합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떠들면서도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시비질”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북한의 도발 직후 문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 경고 메시지들을 언급하며 “우리의 핵무력 강화 조치를 걸고드는 못된 소리를 내뱉고 있다”고도 했다.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담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축사에 대해서는 “북남관계가 열리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보려는 오그랑수(속임수)”라고 평가했다.
북한 당국이 문 대통령의 6·15 제안에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식 문건을 통해 ‘입부리를 되는 대로 놀려대고 있다’ ‘파렴치한 추태’ ‘북남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라’ 등 문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도 처음이다.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 현안이므로 남한은 빠지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북한 당국자의 발언이나 언론 보도에 우리 정부가 건건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다.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해 호응하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북한은 대화 재개 조건을 두고 미국과 물밑 흥정을 시도하고 있다. 계춘영 주인도 북한대사는 최근 현지 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일시적으로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우리도 일시적으로 (도발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작은 땅에 위험한 무기(핵무기)는 필요하지 않다. 핵 보유는 존립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계 대사는 북한의 현 ‘외교사령탑’인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내던 시절 부대사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 인도대사는 북한 외무성에서 비중이 상당히 큰 직위이기도 하다. 계 대사 발언에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계 대사의 발언을 두고 통일부와 국방부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에 내놨던 말과 유사하나 약간 조건이 다른 부분이 있다.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대화’ 걷어차는 北 “넘겨씌우려는 속임수”
입력 2017-06-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