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가 통신비 인하 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업계 반발에 기본료 폐지를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대신 노년층과 저소득층에게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000원 감면 혜택을 주고, 2만원대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 출시와 선택약정 가입 시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6100만명을 넘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웬만한 4인 가구 통신비는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온 국민이 통신비 인하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다. 이명박·박근혜정부도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정부 역시 표를 얻기 위해 달콤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국민과의 약속을 팽개치는 나쁜 선례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본료는 통신망 설치를 위해 통신 사용량과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고정비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통신망과 관련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났다”며 기본료 폐지를 주장해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실제로 망 투자는 오래전에 끝나 비용을 거의 회수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기본료를 폐지하면 연간 7조원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고 5G 투자를 위해 기본료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51조원, 영업이익은 3조7000억원이다. 이통 3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7조6000억원을 썼다. 벌어들인 돈보다 마케팅비를 배 이상 쓰면서 기본료를 폐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출 기업이 아니라 가입자들 지갑에 기대는 내수 기업이 고액 연봉을 받아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마케팅비를 대폭 줄이고 직원들 월급을 낮추면 기본료를 폐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언제까지 소비자의 호주머니에만 의존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할 셈인가.
이동통신사들은 정부가 민간 기업의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것이 반시장적이라며 소송 운운하고 있다. 요금 인하가 규제보다 자율적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통 3사가 담합하면서 자율적인 요금 경쟁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인가권을 쥐고 있다.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놓으면 후발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약간 저렴한 요금제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통 3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통 시장의 과점을 깨지 않고는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활발해질 수 없다. 통신서비스 요금, 단말기 가격, 보조금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요금 체계나 단말기 유통 체계도 단순화해야 한다.
[사설]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공약하지나 말지
입력 2017-06-22 17:25 수정 2017-06-23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