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변신 로봇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이란. 영화 ‘트랜스포머’는 그렇게 흥행 역사를 시작했다. 이어진 네 편의 시리즈는 국내에서만 무려 2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 다섯 번째 작품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이하 ‘트랜스포머5’)에 기대감이 쏠린 건 당연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트랜스포머5’는 등장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첫 날 관객 28만6017명(매출액 점유율 69.8%)을 모았다. 올해 평일 개봉 외화 가운데 최고 오프닝스코어다. 예매율은 60% 이상. 흥행세는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 사이에서 심심찮게 혹평이 흘러나온다. 꾸준한 스케일 확장을 거듭해 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고질적 약점을 안고 있다.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 2억6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쏟아 부은 이번 편 역시 그 한계를 넘지 못했다.
‘트랜스포머5’는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트랜스포머들의 고향 행성 사이버트론 재건을 위해 지구에 있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인간들의 수호자였던 그는 트랜스포머 창조주 쿠인테사로부터 세뇌를 당한 뒤 인간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네메시스 프라임으로 변해 인류와 맞서게 된다.
인간과 로봇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벌어진다. 다만 화합의 여지는 남아있다. 인간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와 비비안 웸블리(로라 하드독)는 갈 곳 잃은 로봇들을 돌보고, 오토봇의 정찰병 범블비는 이들을 도와 옵티머스 프라임 설득에 나선다. 파괴 속에 피어나는 희망, 나름의 메시지가 살포시 스며든다.
영화는 지난 10년간 ‘트랜스포머’를 이끌어온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시리즈 마지막 연출작이다. 베이 감독은 미처 해결 못한 숙제를 끝내려는 듯 시나리오에 많은 공을 들였다. 탄탄한 세계관 구축을 위해 12명의 작가와 협업했다. 그러나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응집되지 않으면서 도리어 산만함을 남기고 말았다.
초반부터 사정없이 몰아치는 액션신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압도적인 규모에 정교함을 더했다. 도로 위를 달리던 자동차가 순식간에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짜릿하다.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늘어지게 만드는 과한 슬로우 효과가 아쉽다. 러닝타임 151분도 너무 길게 느껴진다.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랜스포머5’ 역대급 액션… 근데 왜 싸우는 거죠 [리뷰]
입력 2017-06-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