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방안에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체계가 지닌 허점의 본질을 짚지 못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부문에서 빈번한 ‘의료쇼핑’ 관행을 잡지 못한 채 보험료만 내리는 것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사 보험 정책협의체’ 논의를 통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지만 업계 반발로 실제 보험료 인하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실손보험료가 얼마나 인하될지는 앞으로 꾸려질 협의체 논의 결과에 달렸다. 하반기부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비급여 의료 실태는 어떤지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이 늘어난 만큼 보험사들이 가입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는 낮아져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부는 그간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보험사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본다. 21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들어간 정부 재정은 11조2590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5244억원(13.5%)이 민간보험사에 돌아갔다고 추정한다.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이 보험사가 아니라 사실상 의료계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항변한다. 지난 4월 말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140% 수준이다. 고객으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2000∼1만4000원을 지출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실손보험료를 평균 19.3%, 17.8% 인상했다. 적자가 나니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보험사 측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 배경에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도수치료다. 실제 지난 2015년 어깨 통증 치료를 명목으로 1년 동안 177건 도수치료를 받고 3891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비급여로 분류되는 도수치료 보험금 청구액은 치료비는 병원·의원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도수치료비도 병원별로 최대 1700배 차이가 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보험개발원이 2011∼2014년 진료비 구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비 비중은 30.7%에 그쳤다. 반면 일반병원은 41.2%, 의원은 52.3%나 됐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을 보면 진료비 표준화 등이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이뤄질 것 같다”며 “전체 병원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급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과잉진료 통제방안 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 전문위원단장은 “공적보험료 인상 언급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글=나성원 최예슬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실손보험료 인하’에 보험업계 “의료쇼핑·과잉진료부터 교쳐야” 반발
입력 2017-06-2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