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보호냐 일자리냐… 유통업 남모를 고민

입력 2017-06-25 19:38
유통업계가 소상공인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점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가는 유통업의 특성상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상권을 침해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려다 보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딜레마에 갇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업무 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로서 일자리 정책을 실현하는 실행기구로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며 일자리 창출을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 내에 설치돼 있었던 을지로위원회도 범정부 차원의 정식 기구로 곧 출범할 예정이다. 재벌 개혁과 소상공인 문제를 다루는 을지로위원회는 부천 신세계복합몰 추진 재검토와 서울 상암동 롯데복합몰 사업 중단 요청 등 기업 활동에 적극적인 제약을 걸고 있다. 일자리위와 을지로위의 업무는 애초에 반대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 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최근 을지로위원회가 부천 상동의 신세계복합쇼핑몰 추진을 재검토하라는 공개서한을 발송했으나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는 부천시가 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신세계도 부천 상인들을 위해 복합몰 지정을 철회하고 백화점으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달라 추진이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도 상암동에 사들인 부지 2만여㎡에 4년이 지나도록 서울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사업을 못 하고 있다. 롯데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를 들여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서울시를 상대로 처음 매입할 때와 다르다며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위법확인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입점을 막으려는 상인회와 입점을 원하는 상암동 주민들간의 갈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상인들과 상생협약을 하는 단계에서 의견이 달라 협상이 결렬되면서 서울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이 요원해지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