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스포츠 유령 임원 파장… 정동춘 ‘월권’ 맞서 직원들 ‘분투’

입력 2017-06-21 18:10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일부. 징계 형사고발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직무 복귀에 협조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한가운데 있다가 청산이 결정된 K스포츠재단은 현재 구성원이 많이 축소됐다. 출근하는 직원은 6명, 이들을 돕는 이사는 2명이다. 이들은 정동춘 전 이사장이 법인 인감을 갖고 재단을 나간 뒤 스스로 은행에 법인계좌의 거래·지급중지를 요청했고, 5개월여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출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기된 임금체불 진정은 결국 또다시 정 전 이사장 측이 재단 자금을 빼내려는 시도라고 직원들은 21일 주장했다. 정 전 이사장과 고액 연봉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은 이들이 뒤늦게 정 전 이사장을 상대로 진정을 낸 행위 자체가 석연찮다는 얘기다.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정 전 이사장에게 “장모씨 등의 입사 경위를 확인하고 싶다”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21일까지 별다른 해명을 듣지 못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진정을 제기한 장씨와 박모씨 등 2명이 실상 재단법인에 입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재단 취업규칙에 따른 시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주민등록등본 졸업증명서 자격증 경력증명서 등을 경영지원본부에서 받은 적도 없다고 한다.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 역시 최소한 재단의 정식문서 형태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직원들은 무엇보다도 국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받아 인력을 구조조정하던 상황에서 고액 연봉의 임원진을 갑자기 채용하려 한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체부는 지난 2월 16일 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재단 재산 유지를 위해 현재의 사무총장 대행 체제(이사장 공석)가 바람직하다”며 “신규 이사 및 이사장 선임을 불승인한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1월 12일 정 전 이사장을 ‘갑’으로, 장씨와 박씨를 ‘을’로 각각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8200만원씩 연봉이 적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계약기간은 내년 1월 11일까지,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였다.

정 전 이사장은 두 간부와 근로계약을 한 이날 이후 직원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재단 직원들은 문체부의 방침에 맞춰 렌터카를 반납하는 등 살림살이를 줄이는 중이었는데, 정 전 이사장은 렌터카의 자동차 키를 반납하지 않았다. 카드키와 스마트키까지 40만원은 결국 재단이 물어내야 했다. 정 전 이사장은 “법인차량을 허가 없이 반납한 것 관련, 만일에 발생하는 위약금은 허가 없이 집행한 직원에게 구상 청구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장씨 등은 현재 재단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재단을 ‘장악’했다고 반대로 주장한다. 장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무실은 내부적으로 장악이 돼 들어가지 못했다”며 “경찰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서 안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계좌가 막혀 월급을 못 받는 상태가 됐다”며 “고용 사실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고, 월급을 주라고 하면 받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의 경우 “통화가 곤란하다, 끊겠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과 특검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가 정점이던 당시 “지금 잘못하다간 빈손으로 나가게 된다”는 식으로 자주 말했다고 재단 직원들이 증언했다. 국민일보는 정 전 이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