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 쫄았나… 스트라이크존 원위치?

입력 2017-06-22 00:02 수정 2017-06-22 00:16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이 지난 1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5회초 무사 2루에서 삼진을 당한 뒤 문승훈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재원은 볼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거세게 어필했고, 문 주심은 오재원이 욕설을 섞은 채 항의했다며 곧바로 퇴장을 선언했다. TV화면 캡처
심판이 선수들에게 주눅이 들었기 때문일까. 이대호(롯데)와 오재원(두산) 등 주요 선수들의 심판판정 항의가 잇따르면서 넓어졌던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존이 최근 들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을 기점으로 지난해 같은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완연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3월초 끝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를 당한 원인 중 하나로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꼽혔기 때문이다. 국내의 협소한 스트라이크존이 타자들의 타율 인플레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올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고타저(投高打低)의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지난해 개막 후부터 5월까지 경기당 득점이 5.54였지만 올 시즌 같은 기간 4.96으로 줄었다. 평균자책점도 지난해 5.00에서 4.50으로 낮아졌다.

그런데 이달을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4월 10개 팀 평균 타율은 0.272였지만 5월 0.283으로 오른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21일 현재 0.29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6월(0.288)보다 높다. 지난 18일 5개 구장에선 무려 95점이 쏟아졌다. 한 경기당 19점이 나온 것이다.

야구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타자 몸쪽공 스트라이크 선언 빈도가 시즌 초에 비해 상당히 줄었고, 낮은 공이 다시 볼로 판정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부터 존을 넓히면서 필요이상으로 넓어진 곁가지들을 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하지만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 처리하는 등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지키고자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심판들이 선수들의 과도한 항의에 움츠러들면서 스트라이크존 회귀현상이 심화됐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롯데 이대호는 4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땅볼 타구 페어 판정에 항의해 퇴장됐다. 이후 이 판정을 한 심판에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두산 오재원은 지난 10일 울산 롯데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격렬히 항의해 퇴장을 당했다.

KBO는 퇴장을 명한 주심에게도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1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가뜩이나 비난 받고 벌금까지 무는 상황에서 오해될 판정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심판들에게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오재원 퇴장 이후 대량득점이 빈번해지면서 이같은 분석은 힘을 받고 있다.

안치용 KBSN 해설위원은 “선수가 스트라이크 판정 가지고 불만을 표시하면 다음 타석에서 그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무슨 사건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을 심판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정착됐는데 심판을 존중하는 문화는 답보상태 같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제구력으로 승부를 거는 투수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칼날 제구로 유명한 KIA 외국인 투수 팻 딘은 4∼5월 4승2패 평균자책점 3.09로 팀 2선발로 확실히 도장을 찍었다. 공교롭게도 이달 들어 2패 평균자책 10.05로 부진하다. KIA 관계자는 “밸런스 문제긴 하지만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존의 영향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