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전국이 뜨거웠던 지난해 8월 국민을 분노케 한 건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이 아니었다. 정부의 ‘에어컨 4시간’ 발언이었다. 요금 개선을 답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에어컨 사용을 얘기한 게 문제였다.
문재인정부가 ‘탈핵’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에너지 정책을 진행하면서 전기료 인상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21일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전제로 전기요금 영향을 검토한 결과 지난해 전기요금 대비 가구당 31만5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연혜 의원도 이날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작성한 ‘탈원전 시나리오에 소요되는 비용 추계’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을 2035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17%가량 늘리면 163조∼206조원의 발전비용이 더 든다고 했다. 하루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를 시행하면 발전비용이 지난해보다 약 21%(11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물가는 0.46∼1.16%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70∼0.93% 감소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해 ‘에어컨 4시간’ 사태처럼 국민의 공분을 사지 않으려면 전기요금 인상 이유를 상세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가 최근 내놓은 ‘에너지 세제 개선과 소비자 수용성’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을 신뢰하지 않았다. 3월 1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26명을 선정해 진행한 초점집단면접(FGI)에서 참석자들은 에너지 가격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가정용 전기요금을 ‘비싼 편’이라고 답했다. 5점 만점 기준 3.99점으로 4.07점인 자동차 연료비(휘발유)의 뒤를 이었다. 시민연대는 산업용보다 비싼 가정용 요금 때문에 국민들은 전기요금 체계가 올바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脫원전·脫석탄 전기료 인상 불가피하다면… “국민 공감할 수 있게 상세히 알려야”
입력 2017-06-21 19:06 수정 2017-06-2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