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 시절 퇴학 처분을 받을 뻔하고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진 후 학종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학종의 공정성에 금이 갔다는 지적과 함께 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양상이다.
학종을 둘러싼 논쟁은 새 정부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학종에서 면접과 자기소개서 비중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지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보완하는 요소가 사라지면 서류의 진위 판단이 더 어려워진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 A고등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전 후보자 아들은 이 학교 2학년이던 2014년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이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퍼뜨리다가 적발됐다. 학교 선도위원회(선도위)는 퇴학 처분을 내렸으나 안 전 후보자가 두 차례 탄원서를 보내고 열린 재심에서 특별교육 이수 등으로 처벌수위가 낮아졌다. 재심 토의에서는 ‘학생부에 징계 관련 기록을 남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관련 기록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선도위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건 학교와 교사 재량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학생부에 징계사항이나 과실 등이 기록되면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감점 요소 등을 포함한 학종 평가 기준을 원칙적으로 비공개하고 있다.
입시업체와 복수의 고등학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부분 대학이 학종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나마 대학별 인재상이 준거기준으로 작용하지만 이마저도 두루뭉술한 곳이 많다.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학년도 입학전형 설명회에서 공개된 서울대가 바라는 인재의 모습은 ‘학교생활에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학생’ 등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에서 학종 기준과 이후 입시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니 더욱 의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종 비중은 수시 전형 내 절반을 넘어섰다. 입시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은 2018학년도 수시 모집 인원(5만5698명) 중 55.7%를 학종으로 뽑을 계획이다. 특히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15개 대학은 수시모집 인원의 61.3%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여기에 문재인정부가 학종 평가요소를 손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입시 현장에 혼란이 더해졌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비교적 사교육 도움을 많이 받는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서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우려도 크다. 진학사 관계자는 “면접은 학생부 등 서류에 대한 진위 판단을 하는 기능이 있다”며 “단적인 예로 학생부에 무단결석한 기록이 있다면 면접 질문을 통해 이유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면접 등을 폐지하면) 더 ‘깜깜이’ 학종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학종의 본래 취지를 생각했을 때 평가기준 공개가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뚜렷한 기준을 공개하는 순간 맞춤식 ‘학종 학원’이라는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학종 도입 후 비(非)서울권 고등학교의 입시결과가 좋아졌다는 교사들의 말도 학종이 ‘양날의 칼’임을 드러낸다. 복수의 수도권 일반고 3학년 교사는 “수능을 위주로 했던 입시결과보다는 학종을 통해 수도권 대학 진입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있는데 정시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뽑는 건 과연 공정한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뽑는 인원 늘어나는데… 논란 확산되는 ‘학종의 기준’
입력 2017-06-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