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국회가 여야 간 대립으로 인사청문회법을 스스로 위반해왔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단골 위반 조항은 ‘상임위원회 회부 후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15일 규정)이 담긴 인사청문회법 9조 1항이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고질적인 여야 간 대립이 반복되면서 ‘여야 격돌→청문회 파행→법 위반’의 악순환이 지속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국회 의안과를 통해 제출받은 ‘상임위 회부 후 15일 이내 인사청문회 미개최 사례’ 자료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법의 15일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총 37건이었다.
인사청문요청안은 청와대가 국회에 보내면 의안과를 거쳐 해당 상임위로 회부된다. 관련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는 상임위 회부일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열려야 한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나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 탓에 청문회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17대 국회에서는 총 9건의 인사청문회가 제때 열리지 못했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요청안 상임위 회부 이후 28일 뒤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18대 국회에서는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인사청문요청안 상임위 회부 후 실제 개최까지 최장 시간(23일)이 소요됐다. 18대 국회에서 15일 규정을 어긴 사례는 총 13건이었다.
19대 국회에서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이 상임위 회부 후 인사청문회 실시까지 23일이나 걸리는 등 12번의 청문회가 15일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2016년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는 청문회 실시 규정을 어긴 사례가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1건이었다.
일부 문재인정부 장관 후보자들도 야당의 반대로 15일 규정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 16일 상임위에 회부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등으로 청문회 일정이 다음달 4∼5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소관 상임위에 인사청문요청안이 회부돼 늦어도 28일까지는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 그러나 여야 간 청문회 일정 합의가 지연되면서 29일 이전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야당이 낙마를 벼르고 있는 김 후보자의 경우 7월 초로 청문회를 늦추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과 16일 각각 해당 상임위에 인사청문요청안이 회부된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조 의원은 “인사청문 기간을 법률로 엄격히 정해놓은 이유는 행정공백 및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사유도 없이 정략적 의도로 법정 시한을 넘긴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최승욱 기자 nyt@kmib.co.kr
[단독] 인사청문법 있으나마나… 국회, 십수년째 37건 ‘상습 위반’
입력 2017-06-21 17:56 수정 2017-06-21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