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주, MSCI 신흥국지수 편입… 韓 증시 자금유출 비상

입력 2017-06-22 05:00

이웃나라 중국 증시의 경사가 국내 증시에 불행이 될까. 중국 A주가 2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에 성공하면서 국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영향은 적겠지만 차후 중형주 편입 여부 등에 따라 우리 증시에도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MSCI는 한국시간으로 21일 중국 A주를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중국 측이 제안했던 A주 최초 편입 종목 169개가 222개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A주가 내년 8월 기준으로 전체 MSCI지수에서 차지할 비중도 기존의 예상치(0.5%)보다 늘어난 0.73%로 확정됐다.

MSCI가 운용하는 MSCI지수는 영국의 FTSE지수와 함께 세계 증시의 척도 중 하나다. 각국의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 지수를 기준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이 때문에 MSCI지수 편입 여부가 해당 국가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됐다는 건 해외 자금이 중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같은 MSCI 신흥국지수 구성국인 한국으로서는 장래 투자금을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발표가 난 21일 주식시장 동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상황 주시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편입으로 6000억∼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가 지난해 12조원 규모였고 올해 5월까지 9조원을 넘었기에 유출액이 충분히 만회 가능한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지 증권사들이 편입 가능성을 80∼90%로 예상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50% 이상으로 전망하는 등 일찌감치 중국 A주 MSCI지수 편입 재료는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도 낙폭이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1.70포인트 내린 2357.53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296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1899억원, 외국인이 1804억원을 팔았다.

다만 차후 지수 편입 대상에 중국 A주 중형주도 포함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NH투자증권은 이 경우 국내 증시의 자금이탈 규모가 46조원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비중이 커지고 대형 우량주 투자가 강해지면 국내 증시로선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산하 국제금융센터는 “국내 증시가 MSCI지수에 대형주 위주로 편입된 점을 감안해 중소형주 종목의 시가총액 증대와 대표지수 편입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는 한국은 그보다 상위지수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다. 2008년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된 전력이 있다. MSCI는 원화 24시간 역외거래 시장이 개설돼야 한국을 편입 관찰대상국에 다시 올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금융 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이번 발표로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 결제통화로 만든다는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간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 등을 통해 국제 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려 애써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4위까지 올라섰던 국제 결제 순위가 스위스프랑에 밀려 7위로 추락하는 등 고전해 왔다.

■중국 A주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일부. 내국인과 허가를 받은 해외 기관투자가만 매매할 수 있었다. 상하이거래소의 ‘후강퉁’과 선전거래소의 ‘선강퉁’ 제도를 시행한 뒤로 해외의 개인투자자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A주를 거래할 수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