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패싱’에 힘 실리는 대한상의, 경제단체 맏형 됐다

입력 2017-06-21 17:55 수정 2017-06-21 21:36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1일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 앞서 열린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일자리위원회 위원 위촉장을 건넨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한상의가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부상하면서 박 회장의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대표 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 간 창구 역할을 대한상의가 전담하다시피 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전 정부까지 재계를 대표하다 정경유착 논란에 휘말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현 정부 들어 대한상의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구성 업무를 대한상의가 주도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경제사절단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단체의 요청을 받은 뒤 선정하고 구성하는 실무작업을 맡았다. 대한상의는 또 경제사절단을 대신할 새로운 이름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이라는 용어가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인식에서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의에 4대 그룹과 간담회 일정을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23일로 간담회 일정을 잡고 각 그룹을 대표할 전문경영인의 참석을 준비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한상의에 간담회를 요청,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부가 재계와 첫 만남 파트너로 대한상의를 지목한 셈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도 경제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대한상의를 만나 정책을 논의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2∼13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면서 ‘재계 대변인’으로 나섰다. 대한상의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는 동안 전경련은 정부로부터 사실상 ‘투명단체’ 취급을 받고 있다. 방미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업무는 지난 정부까지 통상 전경련이 주도했다. 전경련은 출범 한 달이 지난 일자리위원회로부터 아직 만나자는 연락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전경련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지난 정부 시절 각종 의혹에 이름을 올렸던 만큼 최근 정부의 ‘전경련 패싱’ 기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며 “게다가 전경련은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며 재계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경련을 의도적으로 따돌리기보다 전경련이 그동안 쌓아둔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간 우리나라의 민간 경제외교에서 전경련은 주요 국가인 미국 일본 등을 상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특히 미국을 대상으로 한 민간외교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전경련 쇄신 작업과는 별도로 도움이 될 자산은 가져다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