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윈-윈 전략’ 통했다… 도시바 매각 우선협상자로

입력 2017-06-22 05:02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전이 ‘한·미·일 연합’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협력을 강조한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도시바와 협력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도약을 노리는 SK하이닉스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 메모리 주식회사(TMC)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미·일 연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 미국 베인캐피털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당초 미·일 연합으로 시작됐으나 SK하이닉스가 참여하면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게 됐다.

도시바는 보도자료에 국적을 따로 명기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자료에 이름도 빠져 있다. 일본의 대표 기업이 한국, 미국 등 해외에 팔리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일본 내부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일 연합 선정 배경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기술유출 우려를 덜었고,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협력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생겼다. 반면 도시바를 인수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급성장을 노렸던 중화권 업체들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도시바는 선정 이유에 대해 “해외 기술유출 우려, 국내 고용 등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컨소시엄의 제안이 가장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4월에는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좀 더 나은 개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뜻이었다.

한·미·일 연합이 TMC 인수에 성공하면서 기존 반도체 시장은 큰 변동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만약 도시바가 특정 업체에 넘어갔을 경우 반도체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로선 큰 외부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시바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한·미·일 연합을 우선매각대상자로 선정하는 안을 최종 확정한다. 내년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매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