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지난 9일 발견된 북한의 소형 무인기는 지난달 2일 군사분계선(MDL)에서 7㎞ 북쪽에 위치한 북한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MDL 인근의 군단급 부대에서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무인기 발진은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1일 “중앙합동조사팀이 무인기의 비행경로 등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조사한 결과 북한 무인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인기 비행조종 컴퓨터에 입력된 비행경로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쯤 금강군에서 발진해 17분 만에 MDL을 통과했다. 사드(THAAD) 배치 6일 만이다. 무인기는 오후 1시9분쯤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촬영을 시작했다. 다시 북상하다가 추락한 것은 오후 3시33분으로 파악됐다.
무인기 비행조종 컴퓨터에는 발진지점에서 성주 방향으로 직선으로 18개 항로점이 배치돼 있었고 위치와 고도, 속도 등 52개 항목이 0.2초 간격으로 기록돼 있었다.
비행시간은 5시30분, 비행거리는 금강군에서 성주까지 266㎞, 성주에서 인제까지 224㎞를 비행했다. 추락원인은 연료 부족으로 추정됐다. 엔진 비정상으로 비행속도가 떨어지고 연료가 과다하게 소모됐다는 분석이다. 이 무인기는 체코제 엔진과 날개 조종면을 움직여주는 서버구동기(모터)는 한국산, 캐나다산 비행임무 컴퓨터와 미국제 GPS 등 6개국 제품을 사용했다.
군은 특히 이번 무인기가 곧바로 성주로 날아가 사드 기지를 촬영한 점으로 미뤄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북한군 정찰총국이 무인기 발진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가 전략적 목적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미뤄 정찰총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인기는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과 형상은 비슷했으나 엔진 2개를 장착하고 연료탱크 용량도 기존 3.4ℓ에서 7.4ℓ로 커졌다. 배터리 용량도 개당 2600㎃/h에서 5300㎃/h로 늘었다. 항속거리도 2배 늘었다.
2014년 백령도에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이후 3년이 지났는데도 군의 대응책은 완비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는 크기가 작고 레이더 탐지가 힘든 2∼3㎞의 저고도로 비행하고 하늘색으로 위장해 포착이 어렵다. 연료 부족 등 자체 결함으로 추락하지 않는 한 얼마나 많은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다가 복귀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북한이 무인기를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군은 북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를 조기에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국지방공레이더의 작전요구 성능에 소형 무인기 탐지능력을 추가해 2∼3년 내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는 일부 육군 지상감시레이더와 열영상탐지장비(TOD)를 대공감시용으로 전환해 무인기 식별에 나서고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다.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해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며 “모든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北무인기, 사드 배치 6일 뒤 금강군서 발진… 정찰총국 소행”
입력 2017-06-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