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양적 성장주의가 세례의 ‘대 바겐세일’을 만든 건 아닐까요.” “‘예수천당 불신지옥’ 같은 현수막을 보면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을 교회가 악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출신인 이말테(루터대 실천신학) 교수의 지적은 따끔한 회초리 같았다. 20일 충남 천안의 고려신학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의 제19회 전국수련회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그는 25년째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그는 교계 주요단체에서 개최하는 종교개혁 행사의 ‘초청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으로 바라본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그는 “마르틴 루터 시대 교인들은 사후의 삶, 특히 연옥(가톨릭 교리에서 영혼이 죄를 씻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에 두려움이 컸는데 당시 교회는 이를 이용해 면죄부를 팔았다”면서 “‘예수 믿는 자 천국, 불신자 지옥’ 같은 용어는 자칫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교회가 조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들의 신학 수준이 낮고 세례를 남발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선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원에서만 신학을 전공하면 목사가 될 수 있고, 성적이 최하 수준인 학생들도 목사가 될 수 있다”면서 목회자들의 신학적 수준 저하를 초래하는 교육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예비 세례자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교육 없이 세례를 주고 있다”면서 “개신교의 양적 성장주의가 세례를 ‘대 바겐세일’처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갱신 과제로 목회자의 교육 개혁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신학대학원의 수준 강화와 함께 기독교 윤리 정신의 회복을 강조했다.
이날 열린 한목협 제11차 총회에선 신임 대표회장에 이성구(예장고신·시온성교회) 목사, 상임총무에 안기성(예장통합·장함교회) 목사가 선임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양적 성장주의가 세례 남발 부른 것 아닌가? ‘예수천당 불신지옥’은 죽음 이후 두려움 조장”
입력 2017-06-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