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신현로. 좁은 골목을 수차례 돌고 돌아서야 도착한 낡은 주택 안에선 이사야(10)군이 신체지지의자(플로어 시트)에 앉아 엄마가 떠먹여 주는 죽을 먹고 있었다.
“사야는 수시로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에 낮잠을 자도 고작 5분 정도예요.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씹고 넘기는 게 영 시원찮네요.”
사야는 생후 9개월 때 갑작스레 경련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갔다. 병명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 소아기에 발병하는 간질 중 가장 심한 형태의 뇌병증이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마땅치 않다. 잦은 발작과 충동조절 장애로 사야와 가족들은 밤낮 없이 응급실을 드나들어야 했다. 어머니 차은하(46) 사모는 “사야는 구급차를 달고 살았던 아이”라며 “119에 전화해 아들 이름만 대면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서 미리 준비를 해둘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갑작스러운 경련은 사야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엎드려 있으면 바닥에 입을 찧어 피를 흘렸고 누워있으면 뒤통수가 성치 않았다. 증상이 심할 땐 온몸에 강직이 일어나면서 각목처럼 뻣뻣해진다. 다행히 5년 전 뇌량절제수술을 받은 뒤 심한 발작 증세는 줄었지만 평생 아침 점심 저녁으로 8가지 약을 먹어야 한다. 차 사모는 “수술 전엔 13가지 약을 먹었는데 경과가 좋아 줄어든 것”이라며 아들의 머리에 남은 수술 자국을 매만졌다.
잘 씹지 못하는 사야에게 특수 영양식이 필요했을 땐 월 30만원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몇 달 만에 중단해야 했다. 치료는커녕 일상생활을 해나가기에도 힘이 부쳤다.
“목욕의자, 다리 보조기, 맞춤형 휠체어 등 사야에게 필요한 용품들은 한 개에 수십만원을 훌쩍 넘겨요. 기저귀와 물티슈 값도 적잖게 들죠. 소변을 봐서 기저귀가 묵직해져도 제때 못 갈아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미안한 마음에 눈 마주치기가 힘들어요.”
사야네 가정은 매달 적자다. 아버지는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3년 전 개척을 결심하고 독립했지만 아직 사역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마련한 공부방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빚만 늘었다. 막막한 가정형편, 더디기만 한 아들의 치유 상황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차 사모는 이 또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선 제 기도를 다 들어주셨어요. 어릴 적 꿈이 장애아동 교육자였는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사야를 보내주셨죠. 끊임없이 전도하고 싶었는데 사야와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같이 치료받던 분들이 신앙을 갖게 되는 걸 보면서 보람도 있었고요. 남편도 힘든 상황 가운데 항상 기도하며 제 멘토가 돼 줍니다.”
사야는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로 주 4회 재활·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제 지원이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 태어나 처음 스스로 앉는 사야의 모습을 보면서 ‘걸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지만 형편상 추가 치료는 엄두도 못 낸다.
“사야와 함께해온 삶은 막다른 골목에서 새 길을 발견하는 체험의 연속이었어요. 사야가 벌떡 일어나 저랑 같이 그 체험을 간증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시흥=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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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④] 잦은 발작·경련…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입력 2017-06-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