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해법 넘어야 할 산 많다

입력 2017-06-21 18: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이 현행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후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단계 해법’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날 것이냐’고 묻자 “조건들이 맞는다면 나는 여전히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면서 “한국이 (북핵 해결) 과정에서 더 크고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지금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라 할지라도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지 못한 만큼 정책적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단계적 북핵 접근이 제대로 작동되고 효용성을 가지려면 기본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또 추진할 만한 능력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을 수용하고 함께 하겠다는 미국 측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내 여론을 보면 대북 대화론이 설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지쳐가는 상황에서 식물인간으로 송환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은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동결 제안에는 대화와 협상이 병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미국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도 서둘러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하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전략자산 축소’ 발언에 대해선 “학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내가 말하는 (대북) 관여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매우 유사하다”고도 했다.

북한을 우리 측 구상대로 끌어들이는 것도 지난해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직전 단계에 와 있는 북한이 동결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앞세워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바꾸려면 상응하는 당근 또는 채찍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과욕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과 같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이 총동원돼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고 정교하게 집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내주 한·미 정상회담이 그 시발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