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공격수 이종호(25)에게는 늘 ‘루니’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처럼 플레이가 저돌적이기 때문이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광양만 루니’, 전북 현대에서 ‘완산벌 루니’로 펄펄 날았던 이종호는 이제 ‘울산만 루니’로 거듭나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남 유스팀 광양제철고 출신인 이종호는 2011∼2015 시즌 전남에서 총 148경기를 뛰면서 36골 14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22경기 5골 3도움에 그쳤다. 이종호는 이동국, 에두 등 쟁쟁한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출장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이종호는 보다 많이 출장하기 위해 이번 시즌 울산행을 선택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떠나는 이종호에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울산과 너 모두에게 윈-윈이다”고 말했다. 울산은 2012 시즌 준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이후 경쟁력을 잃었고, 2015 시즌엔 7위까지 떨어졌다. 명가 재건을 선언한 울산이 5년 뒤를 내다보고 영입한 선수가 바로 이종호다.
이종호는 시즌 초반 원톱 스트라이커로서의 중압감 때문에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속이 탔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부진에 빠진 이종호를 따로 불러 개인적으로 슈팅 훈련을 시켰다. 또 이종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장난을 걸기도 했다. 이종호는 김 감독의 배려로 부담감을 떨쳐냈다. 그러자 기량이 돌아왔다.
이종호는 5월부터 득점 본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5월 3일 대구 FC전에서 시즌 첫 골을 기록한 이종호는 6월 17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시즌 2호 골을 터뜨리며 김 감독의 은혜에 보답했다. 이종호는 15라운드까지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돋보이진 않지만 울산에겐 의미가 큰 수치다.
울산 관계자는 21일 “이종호의 마수걸이 골이 터진 이후 우리 팀은 5승2무로 무패 행진을 하고 있다”며 “이종호는 득점을 올리지 못할 때엔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동료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 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종호는 저돌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우리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종호는 국가 대표팀 재승선을 노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 이종호는 예비 명단에 들거나 조커로 활용됐다. 2015 동아시안컵 본선 중국전에선 골도 넣었다. 이종호는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며 “울산과 국가 대표팀에서 나의 가치를 다시 보여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울산은 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오르샤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울산은 승점 28점(8승4무3패)을 쌓아 리그 1위 전북(승점 31)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광양만 루니’, 울산만서 돌풍 예고
입력 2017-06-22 00:05 수정 2017-06-22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