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내에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억류 17개월 만에 돌아온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북한을 강력히 성토했지만 제재 일변도 대북 정책 대신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방송의 ‘디스 모닝’ 인터뷰에서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 풀 수 없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연내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도 우리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 정책이 미국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이며, 나도 이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이성적인 정권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런 나라와 협력해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까다로움을 설명했다.
다만 자신의 발언들이 미국 조야에서 ‘조건 없는 대북대화’로 해석되는 점을 고려한 듯 “나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대북)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며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단계적 접근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타격에 대해서는 “위협이 훨씬 더 시급해진 후에 논의가 가능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웜비어 사망은 북한에 ‘중대한 책임(heavy responsibility)’이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은 웜비어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동안 발생했다”면서 “웜비어 사망 과정에서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웜비어씨에게 부당하고 잔혹한 대우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그러한 잔혹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웜비어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했다.
문 대통령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언론에 대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양국 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웜비어 사망사건은 미국 내 대북 감정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북·미 관계 악화는 물론 국제사회 대북 제재 국면 전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북한과 연내 대화 희망”美 CBS 인터뷰서 밝혀
입력 2017-06-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