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도덕성 높아진 ‘촛불 눈높이’… 법무 인선이 잣대

입력 2017-06-21 05:00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전 수석은 청와대의 이른바 '인사청문회는 참고용' 발언을 해명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문재인정부 초기 내각 구성의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내각을 구성하는 것보다 적절한 인물을 발탁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준은 촛불 민심이다. 그동안 밀려온 개혁 과제를 수행해 낼 수 있는 개혁성과 동시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도 요구하고 있다. 남은 3개 부처 장관 중 핵심은 법무부 장관 인사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42일째인 20일까지 진행된 인사는 이명박·박근혜정부 1기 내각 구성과 비교하면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기간에 1기 내각을 발표했음에도 최종 임명을 완료하는 데에는 당선일로부터 각각 85일, 119일이 걸렸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출범 이후 인사가 빠른 편으로 진행되고 있고, 인물 면면도 괜찮다. 준비된 인사라는 느낌이 든다”며 “지난 정부에 비해 인사 잡음도 적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인선 기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부에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건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까지 등 돌린 게 대표적이다. 따라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폭넓은 인재 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인선 작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의 인사 잡음을 보면 외연을 확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정권 주변에서 계속 맴돌다 보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제도적 한계다. 어쨌든 정부가 출범했으니 그걸로 핑계를 댈 순 없다”고 지적했다.

높은 인사기준을 계속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야당의 협조를 얻어 인사국면을 돌파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인사 기준을 계속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흠결 없는 사람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국회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국정 주도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만큼 야당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대통령이 ‘협치 노력이 허공에 손짓하는 것 같다’는 등 국회에 대해 옳다, 그르다고 발언하면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야당이 발목을 잡더라도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 “대통령과 정부의 (협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이 문재인정부 1기 내각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개혁성의 상징이고, 한 차례 도덕성 문제로 후보자가 낙마한 전례도 있어서다. 새 후보자가 또다시 여론의 기준을 넘지 못할 경우 인재 풀의 한계, 개혁 의지에 대한 의문 등으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안 전 후보자 낙마로 리셋(reset)됐기 때문에 인사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