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사드(THAAD) 배치 논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은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의제를 조율하는 시점에 발생했다. 청와대는 20일 “웜비어 사망과 한·미 정상회담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 조율 여부가 관심사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의 추가도발 중단 시 조건 없는 대화’ 언급은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종의 단계적 접근법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되 대화를 위한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웜비어의 돌연한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응징 여론이 들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자국 여론을 등에 업고 대북 제재·압박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대화와 제재 병행’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초반부터 힘을 못 받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웜비어 사망 사건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인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에는 이미 사드 논란과 미 고위 인사 홀대론, 문 특보 발언 등 민감한 현안마다 이견이 노정된 상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 웜비어 변수에도 불구하고,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구상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입장을 강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합의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때문에 두 정상 모두 첫 면담에서 신뢰 관계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방한 중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특별강연에서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뭘 협상한다기보다는 이해를 구하고 사전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불린다. 행정부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스 회장은 또 사드 문제에 대해선 “사드 배치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배치 속도를 늦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중국은 불만이 있다면 북핵 억제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권준협 기자 jhk@kmib.co.kr
사드·FTA도 벅찬데 또… 靑 ‘웜비어’에 좁아진 협상 입지
입력 2017-06-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