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대책 세종시엔 구멍 숭숭… 열기 식히기엔 역부족

입력 2017-06-21 05:00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세종시에 솜방망이 규제를 가한 것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 각각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조정대상 지역 추가 등의 강수를 둔 것과 달리 세종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10% 포인트 인하 등 금융규제 조치만 내렸기 때문이다.

정책 호재를 바탕으로 세종시 집값 상승률이 서울 등을 제치고 고공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를 제외한 오피스텔 등 비규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기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값은 3.3㎡당 885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1분기 799만원에서 10만∼20만원씩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의 조사도 비슷하다. 6월 둘째 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78%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2년 12월 10일 조사(1.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 1∼5월간 주택 평균 청약경쟁률은 11.7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부산은 27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세종시는 10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세종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세종시청 일대 단지의 경우 호가(프리미엄)가 1억2000만원가량 붙은 상태다.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근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 전 4억2000만원 하던 단지가 5억2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온 상황”이라며 “대선 이후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세종시 부동산이 들썩이는 건 정책 호재 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회 및 청와대는 물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KTX 세종역 설치와 세종∼서울 고속도로 조기 개통, 공주∼세종∼청주 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 확충 공약도 내걸었다. 세종시의 B중개업소 대표는 “대전이나 청주에서 오던 문의가 한 달 전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오고 있다”며 “지난해 11·3대책 대상지역에 세종시가 포함된 이후 한두 달간 꺼졌던 시장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는 6·19대책이 세종시의 부동산 광풍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많다. 세종시 아파트 가운데 전용면적 84㎡의 경우 평균 3억∼4억대 수준이라 5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금융대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서울과 부산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높은 세종에 대한 규제가 쏙 빠졌다”며 “정책 호재를 딛고 뜨는 집값 잡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오피스텔을 비롯한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7만7716건을 기록하며 1년 전 같은 기간(5만3665건)보다 45%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11월 주택시장에 규제가 가해지면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오피스텔과 상가 등으로 투자가 몰린 탓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1·3대책 때와 비슷하게 6·19대책 이후에도 수익형 부동산이 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