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침해” VS “재범 방지”… 범죄자 DNA 채취 논란

입력 2017-06-21 05:00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영수(가명·51)씨와 윤진호(가명·51)씨는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유전자(DNA) 정보 채취 대상자니 검찰청으로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2013년 서울 금천구의 한 쇼핑몰이 노점을 철거한 데 항의하며 쇼핑몰 안에서 시위를 하다 집단주거침입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 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DNA 채취 대상자가 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김씨와 윤씨는 DNA 채취를 거부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DNA를 강제로 채취해 갔다. 김씨와 윤씨는 “무분별한 DNA 채취로 인해 신체의 자유와 일반적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이번 헌법소원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동화 이혜정 변호사는 “DNA 채취 여부는 개인의 특성, 전과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현행법에는 그런 규정조차 없다”며 “DNA는 한번 채취당하면 바꿀 방법이 없는 만큼 불복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형자 DNA 수집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DNA 수집은 2010년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발효되면서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전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입 당시부터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2014년 8월 헌재에서 5대 4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소장 후보자인 김이수 당시 헌법재판관이 소수의견을 내고 “재범하지 않고 상당기간을 경과하는 경우에는 재범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할 것임에도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3년 만에 다시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DNA 채취는 흉악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살인, 강간 등 흉악범의 DNA 신원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면 재범을 막고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법 취지였다. 문제는 DNA를 수집할 수 있는 대상 범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다. DNA 채취 대상에는 방화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를 비롯해 특수주거침입까지 포함된다. 이 때문에 김씨처럼 집회나 시위를 벌이다 주거침입으로 걸려 DNA 채취 대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채취한 수형인과 구속 피의자의 DNA는 1만9600여건에 달한다.

2014년의 합헌 결정 이후에도 관련 연구가 이어졌다. 법학계에서는 DNA에는 세대를 통해 내려오는 유전자 정보가 포함되므로 범죄자 개인만의 정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법은 ‘유전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 특정 부분을 채취하라’고 명시했지만 그럼에도 개인 식별과 가족관계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양대 대학원 법학과 조하늬씨는 2015년 석사논문을 통해 “DNA법에 따라 채취를 해도 유전자 정보는 수집되며 일란성 쌍생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고유한 유전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로 개인 식별과 가족 관계 확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검은 2012년 DNA 데이터베이스(DB) 검색프로그램을 보완해 Y염색체(부계) DNA 프로필 등의 입력·검색 기능을 구현해 논란을 빚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은 가족검색에 대한 우려 여론을 반영해 2015년 11월 말부터 해당 기능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Y염색체 DNA 프로필 등이 입력되거나 가족검색이 활용된 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