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순교는 목숨을 걸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고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 곧 순교입니다.”
6·25전쟁 당시 예배를 드리다 좌익 폭도들에게 붙잡혀 전남 신안의 임자진리교회 성도 42명과 함께 순교한 고 이판일 장로의 손자 이성관(여주성결교회) 목사의 외침이었다.
6·25전쟁 67주년을 닷새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한국교회순교자기념관에 목회자와 순교자 가족, 성도 등 100여명이 모였다.
‘다시 거룩한 순교 신앙으로’를 주제로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이사장 임석순 목사)가 올해 처음 마련한 순교자 추모 행사에서 이 목사는 할아버지를 살해한 좌익 20명을 용서한 아버지 고 이인재 목사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순교하신 다음에 아버지의 용서가 있었고, 용서가 이뤄진 뒤에는 가해자들과의 화해가 이어지는 역사가 있었다”면서 “용서도 또 다른 순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등 배려와 양보가 없는 작금의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이들이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덧붙였다.
앞서 ‘모든 것을 따르신 분들’(눅 5:11)을 제목으로 설교 말씀을 전한 임석순 목사는 “순교자들은 베드로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버리고 주님을 따른 분들”이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을 때 한국교회의 비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는 6·25전쟁 당시 순교했던 목회자와 성도들을 추모하기 위해 1982년 설립됐다. 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크리스천은 목회자 500여명을 포함해 2000여명에 달한다.
용인=글·사진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오늘날 순교는 용서·배려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
입력 2017-06-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