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핵연료세 신설·개별소비세 부과 카드 ‘만지작’

입력 2017-06-21 05:01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脫核) 시대’ 선언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에 부과하는 세금 논의도 불붙고 있다. 지방세수 확충을 위한 ‘핵연료세’ 신설 안과 화력발전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원전에 부과하는 안이 ‘뜨거운 감자’다. 원전과 대치점에 있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반대로 세금 감면 안이 다뤄지고 있다.

20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접수돼 있다. 개정안은 원전 주변 지역의 안전 대책 마련 비용 확보 차원으로 지방세에 핵연료세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율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우라늄) 가격의 10%다.

지난해 10월 의원 36명이 서명한 이 법안의 심사는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다.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노후 원전이 가동을 중지하면 원전에서 나오는 지방세수가 줄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영구 폐로한 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해 47억㎾h를 발전해 47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다. ㎾h당 1원인 지역자원시설세 명목이다. 발전 중단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가동 중인 원전에 핵연료세를 부가하는 것으로 보충한다는 논리다. 지방세수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신세원을 발굴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공약과도 맞닿는다.

김 장관과 함께 법안에 서명한 의원 중 2명이 내각과 청와대에 들어와 있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해당 법안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의 김부겸 장관도 법안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의 과학기술정책 보좌를 맡은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역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행자부는 중복 과세 우려가 있는 만큼 현행 지역자원시설세를 높이는 방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초 ㎾h당 2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는데, 전 정부에서 1원으로 결정됐다”며 “핵연료세 신설이나 기존 세제 강화 모두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핵연료세 신설과 별도로 에너지 세제 개편 논의도 시작됐다. 원전도 다른 에너지원처럼 국세를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게 에너지 세제 전문가들의 일관된 논리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긍정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원전에 붙는 국세가 없는데, 화력발전처럼 개별소비세를 붙이자는 의견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원전과 화력발전의 대안인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분야는 세금 감면이 예상된다. 당장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서 두 종류의 재생에너지 관련 세액공제 항목의 공제율 조정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설치 시 적용받을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세액공제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설치비용 대비 각각 1%, 3%, 6% 세액공제를 받는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경우는 혜택이 더 크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세액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비용 대비 각각 5%, 7%, 10%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업계에선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