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유보 여파… 찬반 주민 간 충돌 우려·건설사 손실 불안감

입력 2017-06-20 18:18 수정 2017-06-20 21:16
신고리 5·6호기 건설 예정지인 울산 울주군 주민들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진입로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에 앞서 안전성과 공정률,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시사한 뒤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주민 간 충돌 가능성은 높아졌고 건설 현장에 투입된 기업들은 건설 중단 시 발생할 금전적 손실을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일 “민주주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그동안 국민적 합의를 보지 않고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 얼마나 많은 손실을 봤느냐”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1400만㎿의 신고리 5·6호기 6월 현재 공정률은 27.6%다. 건설 운영사는 한수원, 시공사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엔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참여했다.

한수원은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6호기는 2022년 준공하기 위해 총공사비 8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미 장비 구매와 공사비, 설계비 등에 1조5000억원을 집행해 해당 부지의 터 작업을 마친 상태다. 원전에 들어갈 부품 제작 등과 관련해 대·중소 기업들과 4조∼5조원의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을 체결한 일부 기업은 이미 2조5000억원가량의 사업을 진행했다.

원전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기업들은 금전적 손실과 함께 일자리까지 잃게 될 것”이라며 “한수원은 천문학적 비용의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 가동 축소에 따른 전기료 인상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이해도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가가 싸고 발전 효율도 높아 원전(30.6%)과 석탄화력발전(36.5%)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전 관련 학계에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전기요금이 최소 25%에서 최대 7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탈핵 중심의 에너지 정책 추진에 따른 전기료 부담의 소비자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원전이 있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 현재 신고리 5·6호기가 있는 울주군 지역 주민들은 안전을 우선해 건설은 막아야 한다는 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2013년 7월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의 자율 유치로 추진됐다. 대신 주민들은 1500억원의 원전지원금을 인센티브로 받기로 했다.

김 교수는 “독일은 70년대 초반 비핵화에 합의한 뒤 차기 정권들이 이어받아 진행했다. 완벽한 합의를 이루는 데 40여년이 걸렸다”면서 “우리 정부도 ‘탈핵’으로 피해를 입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차선책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