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길거리 농구’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3x3 농구’라는 이름으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제 2의 부흥기를 맞을 기회를 잡았다.
90년대 길거리 농구의 국제경기 소환
1990년대는 한국농구의 최전성기였다. 그 인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고, 너도나도 공 하나씩을 들고 야외 코트로 나섰다. 길거리 농구는 세 명만 모여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길거리 농구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돼 열기는 배가 됐다.
당대 프로농구(KBL) 최고 스타였던 문경은과 이상민, 김승현 등은 길거리 농구와 힙합을 접목시킨 힙훕(Hip-Hoop)의 선구자 안희욱과 2002년 맞대결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인기가 주춤했던 길거리 농구는 최근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저변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종목으로 평가받으면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3x3 농구는 기존 5명의 농구와 많이 다르다. 선수 4명이 엔트리에 포함되며 이중 3명이 경기에 나선다. 경기시간은 10분이고 한 팀이 21점을 선취하면 시간이 남아도 경기는 끝난다. 10분 이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듀스 형태로 2점을 먼저 앞서는 팀이 승리한다. 기존 농구장의 하프코트에서 경기하는 관계로 수비 팀이 공격권을 가져오면 3점슛 라인 밖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또 일반 농구의 2점슛은 1점, 3점슛은 2점을 준다. 자유투는 1개당 1점이다. 공격제한시간은 12초로 일반 농구의 절반이다. 일반 농구공 사이즈(7호)보다 작은 6호 사이즈의 공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작은 공은 화려한 드리블에 용이하고 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 경기에 박진감을 더한다.
한국은 걸음마 수준…19일 월드컵 첫승 감격
국제농구연맹(FIBA)는 2010년부터 각종 3x3 농구 대회를 열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은퇴선수 그리고 일반인까지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다. 다만 3x3 농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됨에 따라 각국은 프로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3x3 농구는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지난 17일 프랑스 낭트에서 막을 올린 2017 FIBA 3x3 농구 월드컵에는 프로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선수들인 이승준과 최고봉, 신윤하, 남궁준수가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한국은 20개 참가국 중 20위로 랭킹이 가장 낮았다. 총 4경기에서 1승 3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19일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첫 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봤다. 현재 랭킹 1위는 세르비아이고 기존농구의 절대강자인 미국은 4위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3x3 농구 활성화와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박한 협회 부회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아 3x3 농구 위원회를 출범했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3x3 농구가 활성화되지 않아 많은 지원을 하지 못했다. 향후 국가대표팀의 훈련장과 숙소, 대회 경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 방침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와 아마추어, 일반인 등을 중심으로 실력자를 물색해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 힘쓰고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달 15일과 16일 충북 단양군에서는 농구협회가 주관하는 ‘제 2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차지 전국 3x3 농구대회’가 열린다. 일반 동호인들이 주로 참가하지만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올해부터 FIBA 3x3 농구 룰을 도입한다.
농구계 관계자들은 올림픽 종목 채택으로 3x3 농구로 전향하는 유망주들의 등장, 프로리그 출범 등을 예상하며 3x3 농구가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길거리 농구, 재기의 슛 쏜다
입력 2017-06-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