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달째 과거사건 ‘숙제’ 중… 정기인사 후 색깔낼 듯

입력 2017-06-21 05:00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국정농단 수사 등 영향으로 밀렸던 과거사건 정리에 집중해 왔다. 새로운 검찰 지휘부가 구성된 이후 본격적으로 새 수사를 시작하기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2년6개월여 만에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하는 등 지검 내 계류 중이던 과거 사건들을 속속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도 전날 6개월여 만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하나둘 과거사건 처리에 열중하는 데는 “정기인사 전 털어낼 것은 털어내자”는 내부 방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밀린 사건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무리해서 할 순 없지만 그간 밀린 사건을 차근히 정리하라는 윗선의 당부 말씀도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장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1년7개월째 붙들고 있는 고(故) 백남기씨 사망 사건 책임자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검찰은 물대포 사고 당일 사실관계 파악은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꾸면서 검찰 수사 기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 법조항과 처벌 대상자 선별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이른바 보수단체 관제데모를 지원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배후로 지목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등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지난 4월 진행됐다. 검찰의 최종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에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을 둘러싼 고소·고발 건이 배당돼 있다. 탈북단체는 지난 11월 문재인 대통령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반대로 송 전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 역시 검찰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신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이 마무리되고, 8월쯤 예상되는 검찰 정기인사를 통해 새로운 진용이 갖춰진 후에야 윤 지검장의 색깔을 드러내는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도 형사1부는 2002년 연평해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축구 경기 관람을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지난 2월 고발당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을 불러 조사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