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 알리는 시리아 내전 중 받은 충격으로 신경과 근육이 마비됐다. 죽음의 위협을 피해 도망쳐온 레바논 동부의 자흘레 난민촌에서 마비증상은 호전됐지만 언어와 행동 장애가 남았다. 엄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독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참혹했던 전쟁의 잔상, 엄마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상처 입은 알리에게 힘이 돼 준 건 난민촌의 ‘밀알학교’였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난민 어린이들을 위해 2014년 세운 곳이다.
난민 중에서도 어린이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은 더 열악하다. 밀알복지재단 레바논 프로젝트매니저인 김영화 선교사는 “어린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불법 노동과 조혼에 내몰리고 있으며, 전쟁으로 장애인이 된 난민들의 경우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해 영구 장애로 고착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난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 지원에 앞장서 온 기독 NGO들은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시리아 난민 중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된 여성부양자 가정에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지원하고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휠체어 등 의료보조기기를 제공하고 현지 장애인단체와 협업해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도 지원하고 있다. 홍인경 밀알복지재단 국제협력부 과장은 “단기간에 사태 종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레바논 정부, 국제기구, 현지 NGO와 협력해 취약계층 난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은 최근 우간다 비디비디 난민촌에서 ‘더 밝은 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제적인 길거리 예술가들을 초청해 난민 어린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이들이 겪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비디비디 난민촌은 남수단 난민 28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이다. 이 가운데 68%가 아동이다.
지난해에는 220만명으로 추산되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긴급구호활동도 진행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안전한 거주지와 놀이공간 등을 제공하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아동보호위원회를 설립해 재활심리상담 활동을 펼쳤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아이 훈육법도 교육했다.
최기영 이사야 기자 ky710@kmib.co.kr
난민 아이들에게 사랑을… 잊혀진 ‘세계 난민의 날’
입력 2017-06-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