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이 부각시킨 ‘차이나 리스크’에 세계 금융시장이 시끄럽다. 해외 기업을 무차별 인수·합병(M&A)해 온 금융그룹이 순식간 위기에 봉착하자 중국 기업들을 지금이라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방보험은 우리 시장에서도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계열사를 거느려 후폭풍이 우려된다.
안방보험은 20일 “우샤오후이(사진) 회장이 개인 사유로 직무를 이행할 수 없어 그룹 임원이 경영권한을 위임받아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일부 현지매체가 지난 13일 우 회장이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고 보도한 지 일주일 만이다. 안방보험은 15일 자세한 설명 없이 우 회장의 사임을 발표한 상태다. 업계에선 당국이 안방보험의 해외 M&A에 따른 자본유출을 문제 삼았을 거라고 본다.
우리 금융 당국으로서는 사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지사무소를 통해 상황을 체크 중이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중국 당국이 쉽게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M&A에 몰두해온 중국 기업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사설에서 “이번 일로 서방의 감독 당국과 중국 기업의 인수 대상인 기업들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인 사항조차 공개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성과 정치적 리스크, 손해 확대 가능성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방보험은 국내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깊숙이 침투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당장 안방보험을 등에 업고 몸 불리기에 나섰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타격을 받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안방보험의 현금흐름도 급감한 데다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 국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투자계획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지분 4%를 확보한 우리은행은 중국 현지에서 안방보험과 대출상품 업무제휴를 맺은 바 있어 만약 업무정지 등 징계가 내릴 경우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사태가 진행되면서 유가증권 시장에서 계열사 동양생명의 주가는 조금씩 하락했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상승세였으나 14일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영향은 없다. 연초 세운 경영계획 등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증자를 이미 3월에 다 해서 자본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답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위기의 안방보험’… 차이나 리스크 덮치나
입력 2017-06-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