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우리교회-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오르간] 지친 마음 달래주는 작지만 장엄한 선율

입력 2017-06-21 00:00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안 세례자요한성당에 있는 작은 파이프오르간. 2011년 홍성훈씨가 제작한 이 오르간은 피아노 한 대 크기에 불과하다. 신현가 인턴기자
주교좌성당 대성당에 있는 2층 건물 높이의 대형 파이프 오르간. 신현가 인턴기자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수금 타며 그 이름 노래하여라.”(시 68:4)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안 세례자요한성당(소성당)에 있는 작은 파이프오르간에는 이 같은 시편 구절이 쓰여 있다. 성도들은 18일 오후 3시 오르간에서 흘러나오는 ‘성찬식 다장조’ 연주를 들으며 빵을 떼어 하나님의 성체를 나누는 성찬례를 올렸다.

피아노 한 대 크기밖에 되지 않는 목제 오르간은 조명을 머금고 금빛을 냈다. 아름다운 선율이 흘렀다. 성당에는 2층 건물 높이의 대형 오르간도 있지만 작은 오르간으로도 성도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 충분했다.

성당 예배는 대성당과 지하에 있는 소성당에서 이뤄진다. 큰 오르간이 있는 대성당에서는 주일 오전 9시와 11시에 열리는 감사성찬례가 예배의 전부다. 주일 오전에 시간을 마련하지 못한 성도들은 작은 오르간이 있는 소성당에서 주일 오후와 평일 예배를 드린다. 바쁜 현대인의 신앙생활을 위한 성당의 배려다.

작은 오르간은 오르간 제작자 홍성훈씨가 한국 전통 뒤주 모양을 본떠 2011년 만들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치 위에 한국 전통 기와를 얹은 성당의 외관처럼 동서양의 화합이 이뤄졌다. 양승업 선생이 제작한 경첩도 오르간 케이스 네 귀퉁이에 부착돼 고전미를 더한다.

작은 오르간이지만 소리를 만드는 파이프는 240개나 있다. 본래 대성당에서 성가대를 돕는 반주 역할을 맡았지만 지난해 겨울 50석 규모의 소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회중들의 성가와 영성체 연주, 시편 연주 등을 이끌고 있다. 전례 한 번에 불리는 찬송가가 4곡 정도로 많은 성공회 예배에서 오르간은 빼놓을 수 없다.

이 성당에서 오르간을 19년 동안 연주한 박옥주(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오르간 소리를 듣고 그 울림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사람의 찬송과 오르간의 어울림이 심장을 뛰게 했다”며 그 순간을 기억했다. 박씨는 “오르간이 만드는 소리와 울림으로 성도들이 감동과 은혜를 받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항상 기도부터 드리고 연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