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목회 힘들 때 서로가 위로 되지요

입력 2017-06-21 00:00
전북 김제시 금강교회 앞마당에 모인 세 목회자 내외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강교회 전금호 사모와 김창수 목사, 도장교회 이점숙 사모와 임성재 목사, 금산교회 김순애 사모와 이인수 목사.
금산교회에서 다과를 나누며 교제하는 모습.
지난 15일 찾은 전북 김제시 부량면 옥정리엔 막 모내기를 마친 6월의 농촌풍경이 펼쳐졌다. 김제와 정읍시, 부안 및 완주군까지 이어지는 김제평야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논길을 20여분 달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듯한 1차선 도로에 접어들자 멀찌감치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교회가 보였다. 정오를 맞은 김제평야의 고요는 교회 뒤편 식당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수다로 깨졌다.

“박대구이에 꽃게탕까진 좋은디 손님 상차림에 웬 계란말이여∼” “형님 참말로 거시기한 소리 허요. 지금 계란 하나가 월맨디(얼마인데). 하도 비싸서 계란말이가 아니라 금말이여∼(웃음)”

남자 셋에 여자 셋. 밥상머리에서 깔깔거리며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로 서로를 타박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가족 같았다. 통성명을 하고서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목회자 내외가 모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푸짐하게 차린 두 개의 교자상엔 금산교회 이인수(69) 목사와 김순애(66) 사모, 도장교회 임성재(64) 목사와 이점숙(61) 사모, 금강교회 김창수(62) 목사와 전금호(58) 사모가 남녀로 나눠 앉았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죠.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주일예배 때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납니다.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목양과 성도들에 대한 고민, 식구들 얘기 등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없어요.”(임 목사)

김제 지역에서 같은 노회에 소속된 목회자로 알고만 지내던 세 목회자가 호형호제하며 부쩍 가까워진 지는 햇수로 4년째. 전국농어촌목사합창단(지휘 최철) 단원으로 활동하던 김 목사가 임 목사와 이 목사에게 합창을 함께하자고 권유하면서부터다. 2개월에 한 차례 연습장소인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를 오가며 싹튼 정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계로 이어졌다.

차량으로 약 15분 떨어진 거리에서 사역하고 있는 세 사람은 지역 내에서 ‘목사 삼형제’로 통한다. 김 목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님 두 분도 모두 젊었을 때 하늘의 부름을 받아서 남모를 외로움이 컸다”며 “하나님께서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두 목사님을 형님으로 보내주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 달 전 부산에서 열린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 함께 참석했을 땐 갑자기 망막 혈관이 터진 임 목사를 위해 이 목사가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도회 이틀째 되는 날 새벽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경황없던 저를 붙들고 응급실에 데려가 준 것도, 김제로 돌아와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며칠을 손발이 돼 준 것도 이 목사님이었지요. 그때 정말 욕보셨어요, 목사님(웃음).”(임 목사)

세 목회자의 사역기간을 합하면 120년이 훌쩍 넘는다. “차 한 잔을 핑계로 만나더라도 교제를 통해 서로의 목회를 다듬어 나가고 ‘목회 9단’인 선배들로부터 한 수를 배울 수 있다”는 김 목사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제노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최고(最古)의 ‘ㄱ자형 교회’인 금산교회는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이자 전북문화재자료로 유명해 교회의 역사성과 신앙의 전승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노회와 총회 일들을 두루 섭렵한 임 목사님으로부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농촌인구의 급감, 고령화, 농업기계화로 인한 공동체성 약화 등 농촌목회 현장에 대한 우려들이 이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세 목회자의 모임엔 사모 3명도 함께한다. 맏언니인 김 사모는 “사모들은 성도들과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가정사나 속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모임을 갖기 힘들다”며 “그래서 이 모임이 고맙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 사모도 “사모로서가 아니라 1남 1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고민도 적지 않은데 서로 어려움을 나누다보면 큰 위로를 받는다”며 두 사모의 손을 잡았다.

김제=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