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콘퍼런스] “정부는 일방통행 시행 말고 교회는 재정 투명성 강화를”

입력 2017-06-20 00:02
최종천 분당중앙교회 목사 “조세원리만 강조하면 종교인 헌신과 섬김 특수성 외면하는 것”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세부 과세기준 정립과 문제점 보완대책’을 주제로 19일 서울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콘퍼런스는 최종천 분당중앙교회 목사의 주제발표와 세무·회계 전문가들의 소주제 발제,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최 목사는 교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화되지 않은, 사회적으로 미발달된 영적 구도 집단”이라며 “이런 교회에 사회화된 요구가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목사는 “7개월 후 과세가 시행될 예정이라는데 과세 당국은 교계 대표기관과 협의·설득 과정을 가지지도 않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매뉴얼을 제시한 적도 없다”며 “언제나 설득이 없는 실행은 파국을 예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등 종교단체의 특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세당국은 종교인이 수령하는 사례비와 복지비를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과세하려 한다”며 “‘수입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리만으로 종교인을 취급하려 하는 것은 ‘헌신과 섬김’이란 영적 특수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가 “교회에서 담임목회자의 사례비는 성도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지 못하지만 헌금액수에 있어선 담임목회자가 최상위권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하자 객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어 종교인 과세 연착륙을 위해 “교회가 철저하게 재정 투명성을 갖추고 각종 세무자료와 영수증 등 진실의 증거를 확보하는 일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콘퍼런스가 종교인 과세로 인해 요구되는 여러 그릇된 사회 현상을 바로 잡고 바른 기준을 만들어 내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신용주 세무사, 목회자 사례금, 기타소득 분류 불합리… 세무조사·세무사찰 없도록 규정해야

신용주(세무법인 조이 대표) 세무사는 ‘종교인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영적 부흥’을 주제로 발제했다. 신 세무사는 “2015소득세법개정법률(안) 규정에 의하면 ‘목회자 사례금은 접대비와 유사한 사례금으로 보아 과세한다’고 돼 있다”면서 “개인이 개인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일시적 용역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므로 목회자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입법론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고찰했을 때 국민간의 위화감 해소를 위한 필요성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수단의 적절성’ ‘종교자유 침해의 최소성’ ‘경제 발전, 영적 갱신에 기여할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해 적정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교인 과세 유예를 요청한 국회의원들의 주장들을 소개하며 “초기 시행 시 영세한 교회의 목사님들에 대해 근로장려금 지급부터 시행하고 ‘세무조사’나 ‘세무사찰’을 하지 않도록 규정화해 종교의 자유와 조세 권력이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인섭 변호사, 사례비도 세분화해 과세 기준 만들고 미자립교회 후원금 등 과세대상 배제

정인섭(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종교인 과세의 법률적 쟁점과 문제점, 보완책에 대해 발제했다.

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사례비는 필요경비 인정범위가 80%인 반면 종교인 소득은 인정범위가 20%로 제한돼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이 4배 증가한다”며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결혼식과 장례식 예배인도, 심방 사례비는 기타소득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교통비나 식사비, 숙박비 등 실비 변상의 성격이라면 과세대상이 아니지만 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사 및 미자립교회 후원금에 대해서는 “선교사 후원금은 해당 소득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미자립교회 후원금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후원금 지급이 후원 교회에서의 종교활동과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인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다만 “선교사 후원금 지급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과세금액이 종교인 소득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선교사 소속 종교단체를 거쳐 후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대진 세무사, 목회자 사례비만 과세 대상으로 한정… 복지비 등은 비과세로 명문화해야

정대진(정·조세법연구원) 세무사는 “종교인 과세를 하는 이유에 타당성이 없고 우리나라 소득세법 체계에서 과세가 가능하지 않으며 과세의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인 과세는 일정 기간 추가로 유예돼야 한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 전반에 관해 그간 제기돼온 불합리한 점과 미비한 부분 등에 대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세무사는 “목회자의 생활비로 쓰이는 사례비를 과세 대상으로 한정하고 목회자들이 목양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회가 지원하는 생활편의성 복지비 등은 비과세 대상으로 명문화하자”며 “세무당국은 이제라도 종교인 과세의 대상과 세부 기준, 범위를 전반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생활편의성 복지비는 주택 유지 및 심방 사역을 위한 차량 활동비, 병원비와 치료비, 도서구입비 등이다.

그는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며 “종교인들이 탈세를 하거나 특권을 행세하는 집단인 것처럼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오게 하고 종교계의 존엄을 실추케 하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두수 회계사, 교회 회계 표준정관·세칙 만들어 부정없도록 내부 제도화 힘써야

김두수(이현회계법인 상무) 회계사는 교회 재정의 투명성 보장과 올바른 회계처리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회계사는 “교회 회계는 투명성을 제고해 교인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돼야 한다”며 “제도적으로는 예산 감사 등 내부 통제제도가 구축돼 사전에 부정이 방지되도록 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 회계는 단위 교회의 활동 결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정리돼야 한다”며 “현재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교회 활동 측정의 객관적 기준이 없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결국 교회 재정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한 회계제도 안착을 위해 표준정관 및 재무회계 세칙 등을 구비하라고 조언했다.

김 회계사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 “기독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교인들과 종교단체들은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에 대해 충분히 교육돼 있지 않다”며 “2018년부터 시행될 종교인 과세 준비실태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시행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체 계도기간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최기영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