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감신대와 학생간 소통 위해 종탑 올랐다”

입력 2017-06-20 00:00

‘학생주권 보장하고 총장직선제 실시하라.’

19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웨슬리채플 종탑에는 이 같은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종탑으로 올라가자 앳된 얼굴의 기독교교육학과 학생회장인 백현빈(23·사진)씨가 보였습니다. 6.6㎡ 남짓의 종탑에는 2ℓ 생수병 1박스, 텐트와 이불, 아래에서 음식을 지원받기 위한 밧줄과 바구니가 있었습니다. 백씨는 지난 8일 오전 2시쯤 종탑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농성을 시작한 지 12일째인 셈입니다.

감신대는 현재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감신대 이사회는 1년이 넘게 총장을 뽑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학생비상대책위원회는 법인처와 총무처 사무실을 점거하며 농성에 나섰고 총학생회도 학교운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의 입장은 조금씩 다른 상황입니다.

백씨는 학교와 학생 간 소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지난 4월부터 단식농성과 고공농성까지 하고 있는데 학교가 귀를 막고 있다”며 “이화여대부터 시작된 총장직선제와 학내민주화를 감신대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공농성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백씨는 “웨슬리채플은 감신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고 종탑은 학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종탑에 올라온 뒤로 동문이나 현직 목사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18일과 지난 11일 주일에는 종탑에 찾아온 교수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백씨가 언제 종탑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는 “학교가 총장직선제와 이사회 총사퇴를 받아들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감신대 측 입장이 궁금했지만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교무처 관계자는 “고공 농성 중인 학생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학교 입장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감신대가 학내 구성원들 간의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