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엡카, US오픈 그린 정복

입력 2017-06-19 18:23 수정 2017-06-19 21:29
브룩스 코엡카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강력한 티샷을 때리고 있다. 미국인임에도 PGA 투어에 바로 진출하지 못하고 유럽을 전전했던 코엡카는 고국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작은 사진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 AP뉴시스

브룩스 코엡카(27)는 미국 출신이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바로 진출하지 못했다.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유럽으로 떠났다. 유러피언 투어도 바로 가지 못해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를 거쳤다.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유럽 전역은 물론 카자흐스탄, 케냐, 포르투갈, 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날아갔다. 돈이 없어 2인승 자동차에 5명이 끼어 타며 경기장까지 갔던 일도 허다했다. 챌린지 투어에서 4승을 거둔 뒤 2013년 유러피언 투어로 올라섰다.

코엡카는 이듬해 터키항공 오픈에서 이언 폴터(잉글랜드)를 꺾고 1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며 2014년 유러피언 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2015년 마침내 PGA 투어에 진출하며 고국에 금의환향했다.

고국에서 코엡카는 선전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기는 쉽지 않았다. 세계랭킹이 22위까지 올라갔지만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PGA 투어 우승이 유일했다.

코엡카는 그러나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클럽(파72·7741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사고를 쳤다. 세계랭킹 1∼3위가 모두 컷탈락한 가운데 코엡카가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세운 US오픈 최저타수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영예도 안았다. 그는 “이번 주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US오픈 우승자들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엡카의 이변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어렵기로 소문난 에린힐스 골프클럽이 선수들의 기록 잔칫상으로 변한 것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경기가 열리기 전 ‘역대 가장 악명 높은 코스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초 총 거리가 역대 US오픈 중 가장 길고 허리까지 자란 러프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그쳤다. 대회 첫날부터 각종 기록이 속출했다.

첫날 리키 파울러(미국)는 7언더파를 기록하며 37년만에 US오픈 1라운드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한술 더 떠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3라운드에서 US 오픈 단일라운드 최다언더파(9언더파) 신기록을 작성했다.

우선 예상됐던 강한 바람이 없었다. 비도 적당히 내려 페어웨이가 부드러워지면서 장타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대회 첫날 선수들의 불평이 잇따르자 USGA가 무성한 러프를 일부 자른 부분도 좋은 스코어 올리기에 도움이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기사를 통해 “US오픈을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것처럼 어렵게) 돌려달라”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