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OECD 4월 AI 대책 권했다는데… 정부는 뒷북

입력 2017-06-19 18:38 수정 2017-06-20 01:00
농협 임직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AI) 극복을 위한 닭고기 소비촉진 상생 마케팅에서 아이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4월 27일 한국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농가가 많은 한국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권고한 보고서는 ‘여름철 AI 사태’ 대응방안을 사실상 미리 제시했던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어 이 같은 권고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가축질병관리상 농업인 인센티브’란 제목의 OECD 보고서는 한국 축산농가 구성원 중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이 부족한 연금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소규모 축산업이며, 이 때문에 소규모 축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국가동물방역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축산농은 4만여곳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여건으로 봤을 때 AI 등 가축질병 위험관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농가 구조 및 농업 분야 인적 자본 개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비전문적인 소규모 농가가 다수일 경우 적절한 방역이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고령 인구의 소득을 보전해 탈농을 유도하는 것이 AI 등 예방에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단기적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제3자가 타 농장의 AI 질병 감염이 의심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방식 등이다. 현행 국내 제도는 농가 소유주가 직접 신고할 경우만 인센티브를 준다.

이 보고서는 같은 달 13일 발표한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에서 부족했던 소규모 농가의 위험성을 지목했지만 농식품부의 후속 대책은 없었다. 대책은커녕 지난달 31일에는 사실상 AI 종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사흘 만에 AI가 재발하면서 소규모 농가 방역 허점이 불거졌다. OECD 보고서에서 지적했던 내용이 터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방역 대책에 분주한 상태다. 19일부터는 6주간 1마리 이상 오리를 키우는 전국 농가 1941곳에서 AI를 일제 검사하겠다고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소규모 농가 대책도 벌칙 조항 강화로 포함했다”며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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