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수명을 다한 원전이 속속 늘어나면서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는 ‘원전 해체 산업’도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1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대 지어진 원전이 대부분 2020년을 전후로 수명을 다하게 된다. 가동 중인 438기 중 30년 넘은 노후 원전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2015∼2019년 76기,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127기 원전이 설계 수명 기한을 맞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을 634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갈등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해체에 들어가는 돈은 1기당 약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를 해체 비용으로 추산해 보면 시장 규모만 4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크지만 미국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선두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원전 해체 산업은 해체 완료한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해체를 완료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미국(15기), 독일(3기), 일본(1기)뿐이다.
원전 해체는 단순히 발전소를 정지시키는 작업이 아니라 원전이 있던 부지를 자연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뜻한다. 방사선 안전관리와 기계, 화학, 제어 등 여러 분야 지식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이다. 고방사성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한 해체를 위한 고도의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원전을 짓는 데 7∼10년 걸리지만 해체하는 데만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이유다. 국내 해체기술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이지만 2021년까지 100% 국내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해체 엔지니어링, 해체 제염, 해체 및 철거, 폐기물 관리, 부지 및 환경 복원 등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산업체는 20여개가 있다. 대표적으로 두산중공업은 해체 프로젝트 관리와 계통제염 등 업무를,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은 금속구조물 수중해체 절단, 대형기기 절단 해체 등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세계 원전 해체 시장 440조 ‘새 먹거리’
입력 2017-06-19 18:26 수정 2017-06-19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