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참모들로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 지연’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몰랐다는 청와대 주장에 대해 백악관이 거짓말로 의심하고 있다는 관측도 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축소 가능’ 발언에 대해선 국무부 대변인이 나서서 “개인 견해로 본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미 의회에선 한국의 문재인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며 미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에 파열음을 내고 있는 최근 사태의 중심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문 특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정 실장을 만났다. 정 실장은 문 특보 생각이 아이디어 차원의 개인 논의라 여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 내용을 사전에 들었지만 개인 의견으로 보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정 실장의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특보가 워싱턴에 가서 한 발언을 개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일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여론 떠보기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미 상·하원 주요 인사들의 문 대통령 면담 불발에 대해서도 정 실장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앞서 그는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이라는 안보사항을 공개적으로 다뤄 미, 중 관계에 악재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 실장은 문재인정부의 명실상부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작지 않다. 내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참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 실장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사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제 역할 다하고 있나
입력 2017-06-19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