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매직 통했다… 역대 최약체 男 배구, 월드리그 2그룹 잔류

입력 2017-06-19 18:24 수정 2017-06-19 18:26

지난 2년간 배구코트를 떠났지만 ‘명장’ 김호철(사진) 감독의 지략은 변함이 없었다. 역대 최약체로 꼽혔던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이 월드리그 예선에서 22년 만에 5할 승률을 넘기는 호성적을 거두며 2그룹 잔류에 성공했다.

한국은 1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최종 3주차 I조 9차전에서 슬로바키아를 세트 스코어 3대 2(25-18 18-25 25-18 20-25 15-7)로 물리쳤다. 지난 2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9경기에서 5승 4패(승점 12)를 거둔 한국은 12개 팀 중 6위에 올라 2그룹에 잔류했다. 한국이 월드리그 예선에서 5승 이상을 거둔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문성민(현대캐피탈)을 비롯해 전광인 서재덕(한국전력) 김학민 한선수(대한항공)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에 대표팀은 전력 약화로 3그룹 강등 위기에 휩싸였다.

스타 선수는 없었지만 스타 감독이 있었다. 2015년 3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지난 4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기로 유명해 ‘독사’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를 정하지 않는 대신 경기 상황에 맞춰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용병술을 꺼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이 됐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소속팀의 백업 선수였던 라이트 이강원(KB손해보험)은 대표팀의 차세대 거포로 떠올랐다. 문성민 같은 주포는 없었으나 최홍석(우리카드) 정지석(대한항공) 박주형(현대캐피탈) 송희채(OK저축은행) 등이 공격을 분담하며 공백을 메웠다. 경기를 조율하는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와 노재욱(현대캐피탈) 등은 월드리그에서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