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지디’ 권지용은 예외다

입력 2017-06-20 05:00
지드래곤이 마카오에서 열린 자신의 월드투어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이틀간 열린 공연에는 관객 총 2만2000여명이 운집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8일 CD가 아닌 USB 형태로 발매돼 화제를 모은 솔로 음반 ‘권지용’.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약간 과장하자면 대한민국 20대 청년 중에서 이 남자만큼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없을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20대 한국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주인공은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9). 열여덟 살이던 2006년, 그룹 빅뱅의 리더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언젠가부터 K팝의 아이콘이자 한국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아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어떤 매력이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일까. 지드래곤의 성공가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드래곤, K팝의 현재

지드래곤의 위상은 그가 최근 발표한 솔로음반 ‘권지용’이 거둔 성과만 열거해도 짐작할 수 있다. 음반은 지난 8일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를 뒤흔들었다. 타이틀곡 ‘무제’는 차트 정상을 휩쓸었고, 수록곡 ‘슈퍼스타’ ‘개소리’ 등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해외 반응도 대단했다. 음반은 발매 직후 39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발매 6일 만에 1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도 진입했다. 빌보드는 “지드래곤이 ‘무제’를 통해 자신의 부드러운 면을 선보였지만, 나머지 곡들은 실험적”이라며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라고 평했다.

신보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가 이끄는 빅뱅은 10년 넘게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8월 개설된 빅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50만명을 웃돈다. 지드래곤이나 빅뱅 뮤직비디오 중 유튜브 조회 수 1억건을 돌파한 작품은 6편이나 된다.

지드래곤은 아이돌 시장의 공식도 바꿔놓았다. 과거 가요계를 주름잡은 아이돌은 기획사가 ‘만들어낸’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그는 직접 음악을 만들고 패션이나 안무 콘셉트를 짤 때도 관여했다. 기존 아이돌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이른바 ‘자립형 아이돌’이었다.

음악평론가 김윤하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좇기가 어려운데, 지드래곤은 그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성과를 거둔 흔치 않은 음악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화예술계에 끊임없이 이슈를 던진다”며 “한 마디로 하면 ‘타고난 스타’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드래곤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시작을 알리는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장에는 4만명 넘는 관객이 운집했다. 티켓 가격이 11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콘서트로만 4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는 당시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부터 꿈속에 사는 것 같다.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잘 모르겠어서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계속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드래곤에 대한 평가는?

지드래곤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콘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음악적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업물을 내놓기보다는 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재빠르게 들여오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악웹진 리드머 편집장인 강일권은 “지드래곤이 내놨던 음반 중 ‘원 오브 카인드’ 같은 앨범은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좋게 평가한 앨범”이라며 “국내 아이돌 중 확실히 평균을 웃도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뮤지션”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외 음악적 트렌드를 흡수하는 데만 치중하는 느낌”이라며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한동윤 역시 비슷한 견해였다. 그는 “탄탄한 실력을 갖춘 건 맞지만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장르를 민첩하게 가져오는 수준에 불과하다. 래퍼로서도 가사의 깊이가 부족하고 전달력이 떨어진다. ‘스타일리시’한 부분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드래곤은 내년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군 제대 후에도 지금 같은 명성을 유지할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건 그가 계속 음악을 만들면서 무대에도 설 것이라는 점이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성장담이 담긴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2009)에 이렇게 적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의 꿈을 처음으로 물어본 순간부터 나의 대답은 언제나 가수였다. …눈가리개를 하고 전력질주를 하는 경주마처럼,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해답은 아마 평생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