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단 역사의 마침표를 찍고 유럽 통합의 시대를 연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별세한 뒤 세계 각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장례식도 독일을 넘어 유럽 차원에서 거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일간 빌트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콜 전 총리는 생전 각별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럽 명예시민 자격을 얻었다”며 “EU 차원의 행사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장례식이 유럽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은 전례 없는 경우다. 장소와 일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정상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독일 국민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께서도 슬픔에 빠진 독일 국민을 위로해주시고, 콜 전 총리의 죽음을 계기로 독일 통일을 이끈 화해의 힘에 대해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유산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통일과 프랑스·독일 친선우호 관계의 설계자”라면서 “위대한 유럽인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콜 전 총리는 지난 16일 오전 서부 루트비히스하펜의 자택에서 87세로 숨졌다. 그는 타고난 정치력을 바탕으로 유럽사의 중요한 목표들을 달성했다. 1982∼98년 16년간 집권하면서 독일 역사에서 최장수 총리로 이름을 남겼다.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CDU)을 초창기부터 이끌어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아버지’로 불렸다.
통독과 유럽 통합은 콜 전 총리의 가장 큰 업적이다. 그는 독일에서 통일이 시기상조라는 주류 의견을 물리치고 통일을 밀어붙여 동서 통합을 이뤘다. 유럽 통합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2차대전으로 사이가 좋지 않던 프랑스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양국은 91년 EU와 유로존 설립이 골자인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합의해 통합의 기틀을 다졌다.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를 발탁한 공도 있다. 콜 전 총리는 91년 통일독일의 첫 여성부 장관으로 메르켈을 기용했다. 94년에는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회상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콜 前 독일 총리 별세… “위대한 유럽인을 잃었다”
입력 2017-06-18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