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중심의 폐쇄구조 바꿔야”… 文대통령, 외교부 엘리트주의 비판

입력 2017-06-18 18:10 수정 2017-06-18 21:46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차담회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강 장관, 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외교부 특유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면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4강’에만 치중한 외교 등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분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후 열린 차담회에서 “순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외교부”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훌륭한 엘리트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도 우리 외교 역량이 국력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것이 다 외교부 공무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외교부 병폐로 지목돼온 순혈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제 우리 외교도 4대국을 넘어 유럽연합(EU),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사 임명도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공무원들이 개혁의 주체가 돼서 외교부를 바꿔 나가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강 장관은 “조직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호응했다. 그는 “업무는 폭주했는데 인력은 부족하다”며 “인력 확충 과정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 받을 수 있도록 실무 부분에 민간 전문가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적 구성 다양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동안 외교부는 서울대·외무고시·북미국 출신이 주류를 형성해 왔다. 문 대통령이 강 장관을 임명한 것 자체가 조직 개혁의 신호탄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강 장관은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인 데다 참여정부 시절 윤영관 장관 이후 14년 만에 비외무고시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웬만한 국정은 다 해봤는데, 해외순방만큼은 따라가 본 적도 없고 그 계획에 참여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강 장관은 “대통령이 미국에 가기 전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안면이라도 터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잘 안 맞는 것 같다”며 “출국 전 마지막 준비 과정을 보고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환담을 마치고 곧바로 외교부 청사로 출근했다. 강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준비가 시급해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준비 과정을 철저히 챙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구체적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19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한 뒤 오전 11시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한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