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공간] 교회 디자인, 색과 조명만 잘 써도 70∼80% 성공

입력 2017-06-20 00:03
웨딩타운과 유흥주점이 밀집한 서울 서대문 ‘굴레방 다리’ 근처 아현교회 현관. 적벽돌 예배당 구조로 무거운 분위기였으나 주출입문 디자인설계를 통해 밝게 바꿨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로고스교회 소예배실. 강단 집중을 위한 회중의 교제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 배치를 보여주고 있다. 라운드 테이블 활용시 ‘감춰진’ 주방에서 음식을 내올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교회 키즈카페 공간배치 스케치.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구와 동선 등을 배려했다. 아이들의 공간을 지나면 사무공간과 소예배실 등이 이어진다.
장형준 교회공간연구소 ‘필’ 소장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에서 이대역 쪽 경사도로 왼쪽을 걷다 보면 교회 현관으로 바로 들어설 수 있는 아현교회 예배당을 만난다. 고개 언덕을 파내고 건축한 형태다. 1990년 연건평 2700㎡(830평)에 이르는 적벽돌조 새 예배당을 헌당했다. 전형적 고딕양식이다. 아현교회는 1930년 설립됐다.

교회 앞 도로는 좌우로 결혼식 드레스 가게가 많아 웨딩타운 특화거리다. 80∼90년대 혼인 준비는 대개 이곳에서 시작됐다. 웨딩 점포가 줄지은 가운데 ‘진한’ 유흥주점도 줄지어 있다.

아현교회는 유흥주점이 끝나는 부분에 오아시스처럼 위치했다. 때문인지 적벽돌 예배당도 ‘키치(kitch)’한 길거리 분위기의 피해를 봤다. 성스러운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마저 묻혀 버리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2014년 3월 아현교회 현관에 높은 채도의 색상이 주어지면서 경쾌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버스를 타고 이 도로를 지나는 이들의 눈에도 훅 들어오는 변화였다. 성전 건축을 했나 싶지만 그건 아니다. 현관 구조 변경만 했을 뿐이다.

현재 아현교회는 2층 높이 현관 전면에 겨자색과 카키브라운 색깔의 시설물을 기존 벽돌에 덧대 온화하면서도 고상한 느낌을 준다. 3개의 문 가운데 왼쪽 2개문은 본당 출입구로 겨자색 테두리다. 그리고 오른쪽 동일한 크기의 문은 카페 ‘엘림’이다. 박스 형태의 겨자색 카페 간판은 일체감을 준다. 친근한 한글 흘림체다. 카페는 시민 누구나 다가갈 수 있도록 편안한 실내 인테리어로 마감했다. 많은 돈 들이지 않은 디자인이 교회의 이미지를 바꾼 것이다.

이 작업은 교회공간연구소 필의 장형준 소장(서울 온누리교회 장로·전 홍익대 산업대학원 교수)이 이끌었다. 색채학자이자 교회리모델링 전문가인 그는 디자인설계 중심의 교회건축 연구를 해 왔다. 다음은 그가 설계한 교회 디자인 혁신의 두 사례.

로고스교회는 서울 강남지역 중형 교회에 속한다. 그러나 많은 성도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연면적이 넓지 않아 늘 공간 활용에 애를 먹었다. 지금은 색과 빛, 공간분할을 통해 온화한 느낌의 지역사회 공간으로 변신했다.

새 디자인설계 가운데 손꼽을 곳은 330㎡의 소예배실. 성전이 갖는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디자인설계를 적용했다. 과감히 장의자를 버리고 그린과 화이트풍 원탁테이블, 개별형 의자를 배치했다. 공간 분할을 통해 의자와 테이블 이동을 손쉽게 했다.

소예배실의 혁신은 주방을 도입한 데에서 시작됐다. 환풍과 통풍이 원활하도록 설계해 세미나, 그룹 모임,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용도로 쓰도록 유도했다. 예배와 교제가 분리된 것이 아님을 디자인을 통해 알려주는 셈이다.

성동구 옥수교회는 상가건물에 빨려들어 특징을 갖지 못했다. 교회 측은 1층에 키즈카페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호흡했으나 정작 그 카페를 교회 밖에서 보면 아주 밋밋했다. 설계자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 쿠션과 장판 등을 걷어 내고 내추럴한 라운드 테이블과 수지 제품의 미끄럼틀 등을 들여왔다. 부모가 라운드 테이블에서 아이들에게 보호의 눈길을 주며 어른들끼리 교제할 수 있도록 꾸민 것.

“리모델링은 조명과 색, 이 두 가지만 잘 바꿔도 70∼80% 성공합니다.”

장형준 소장의 이 같은 생각이 키즈카페 리모델링 작업에 적용됐다. 공간은 동선에 따라 이용자가 앉든 서든 눕든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안하도록 색과 조명, 재질을 고려했다. LED를 이용한 디자인간판 ‘올리브 나무 작은 도서관’도 조명과 색의 조화가 잘 이뤄진 사례다.

글=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