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비록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국회 인사 청문회가 진행됐고,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과정도 있었다. 국회 청문회는 절차적 과정이고,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강 장관 임명은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다. 다만 법적 절차를 이행했다고 해서 인사 청문회 도입취지를 존중했다거나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는 할 수 없다.
대통령의 강 장관 임명은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된다. 당장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이달 29, 30일 잡혔고, 이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G20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면 외교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한·미 및 한·중 관계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외교수장을 공석으로 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또 우리 외교 70년사에 비외무고시 출신의 여성이 첫 수장에 오른 점도 상징성이 있다. 개인적 영광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지 않다. 고육지책인 점은 이해되지만 정치력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야당이 ‘선전포고’ ‘협치 거부’를 말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공격적 발언을 했는데 굳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 말을 해야 했을까. 오히려 유감을 표명하고 이해와 협치를 요청했더라면 야당으로서도 물러설 명분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다고 해서 대통령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다. 여당 일각에서 과거 정부는 더 심할 정도로 야당의 뜻을 무시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논리로 변호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정부든 현 정부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장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장관 해임 건의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바른정당은 “협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적폐를 만드는 행위로 신(新)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야당을 향한 대통령의 정치력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청년실업난 해소와 경기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처리해야 하고,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이제 공은 강 장관에게 넘어갔다. 야당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로 제시한 능력의 문제는 앞으로 외교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우였음을 강 장관이 확인시켜줘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 “능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흠결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사설] 강 장관 임명 강행 후폭풍… 문 대통령이 나서라
입력 2017-06-18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