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보복’으로 한류(韓流)가 사그라든 중국에서도 우리나라발(發) 인슐린펌프 치료의 인기를 막지 못했다. 반한 감정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4월7일 최수봉 박사(건국대병원 당뇨병센터)는 중국당뇨학회가 윈난성에서 개최한 제6차 중국서부당뇨병학회 강사로 초청받았다.
주최자 쑤행 박사(윈난성 제1인민병원)는 “인슐린펌프 치료와 경험, 연구에 있어 최수봉 박사는 세계 최고 권위자라 이번 학회에 기쁜 마음으로 초청했다. 최 교수가 인슐린펌프 치료 과정을 잘 이끌어 주고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인슐린 펌프와 하이브리드 인공췌장치료’에 대한 원리와 효율적인 활용법에 대해 기조강연을 행했다. 윈난성 제1인민병원을 찾아 인슐린펌프 치료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내분비내과 의료진들은 최 교수가 전하는 인슐린펌프 치료의 효과와 최신 치료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소아당뇨를 앓은 양여후(17)양은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다리가 많이 아파 운동하거나 걷기도 힘들었는데 치료 일주일 만에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인슐린펌프 치료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곳 내분비내과 강쭈앙 부주임은 “현재 하이브리드 인공췌장 치료법은 새롭고 적절한 치료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시작된 인슐린펌프 치료가 중국과 일본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 전역에서 새로운 당뇨치료의 ‘한류 파워’를 이끌고 있다.
최 박사는 5월에 나고야에서 열린 아시아당뇨병학회, 6월에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 참석해 인슐린펌프 소개와 연구 발표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엔 파리에서 열린 제10회 최신당뇨치료기술 국제회의(ATTD)에서 강연했고, 오는 9월엔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나고야에서 지난 달 18∼19일 열린 제9회 아시아당뇨병학회(AASD)에는 3000여명의 의료관계자들이 참석해 아시아인의 당뇨병 특징을 연구하고 치료방법을 논의했다. 최 박사의 인슐린펌프 치료 연구 논문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 박사는 “많은 당뇨환자들이 당뇨가 완치가 안 되고 평생 지고가야 하는 불치병이라고 여긴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면 경중에 따라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고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몸에 착용한다는 부담 때문에 꺼리는 것이 몸시 안타깝다고 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 500만 시대입니다. 중환자만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착용이 빠를수록 치료효과가 높습니다.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 FDA의 승인도 받았는데 왜 한국의 의사들만 이 치료를 환자들에게 추천해 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최 박사는 “당뇨병은 흡수된 포도당을 온 몸 세포가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돼 혈액에 당이 남고 혈액순환이 안 돼 여러 합병증이 생기는 질병”이라며 “그래서 필요한 적시에 펌프가 인슐린을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증이라도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는 즉시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다. 기기 자체도 매우 가볍고(55g) 복부에 아주 미세한 4㎜ 정도의 침을 꽂는 것이라 운동 등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
환자들이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살 빠진 얼굴과 몸이 금방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식사를 조절해야 해 먹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 치료는 식사를 자유롭게 허용해 몸이 바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 박사는 자신의 진료실 벽에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란 글을 붙이고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며 복음도 전하고 있다. 4대로 이어지는 기독교 가문으로 작은 농촌교회인 음성새순교회를 섬기고 있는 최 박사는 교회의 간증초청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인천낙원제일교회, 한나사모기도회, 한세대 4차원영성최고지도자과정 등에서 간증했다.
주변에 기도동지들이 많아 큰 힘이 된다는 최 박사는 매주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www.dangin.co.kr·043-845-2129·1544-8454). <기획특집팀>
■임영화 (65·부천교회 목사 사모) "35㎏까지 빠진 몸무게, 기력도 잃고 희망도 없었다"
1999년 옆구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하게 당뇨병을 알게 되었다. 당시 수치가 300mg/dl이였고 당뇨약을 꾸준히 복용했지만 늘 혈당은 200mg/dl 이였다. 약을 먹어도 음식을 적게 먹어도 혈당수치는 정상을 유지해주지 않았다.
당뇨에 좋다는 음식은 다 먹었고 현미에 콩을 섞어 한 수저 정도 먹으며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배고파 죽겠다" 노래를 부르다 잠들었다. 한 수저만 더 먹어도 혈당은 300을 넘기가 일쑤였으니 먹는 것에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몸무게는 35kg까지 빠지고 늘 힘들고 피곤하고 일상생활이 전혀 되지 않았다.
어느날 지인 목사님이 인슐린펌프 치료를 강력하게 추천하는게 아닌가. 인슐린펌프라고 뭐 별수있겠냐 싶어 기대는 전혀 없었다. 이미 쇠약해진 나를 보면서 '합병증으로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영정사진도 찍어놓고 죽을 대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인슐린펌프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인슐린펌프치료 후 보톡스 맞았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얼굴이 좋아졌다.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밥 한공기를 뚝딱 먹어도 당뇨수치는 115mg/dl이였다. 말도 안되는 수치다. 이렇게 먹고도 정상혈당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도 배고프다고 노래를 불렀던 사람인데 이젠 배가부르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거기에 혈당까지 정상이란다. 포기했던 삶인데 인생역전이 된 것이다. 이건 기적이다.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신시아 루이 (35·초등학교 교사) "주사에만 의존할 땐 너무 힘들어… 새삶 얻어"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중에 7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았다. 처음에 눈이 흐려지면서 입속이 말라왔고 엄청난 양의 물을 마셨다. 체중도 7kg 이상 빠졌다. 저혈당이 오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정상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인슐린 주사에 의존하는 내 몸은 항상 피곤하고 졸리고 에너지가 부족했다. 나중엔 오래가는 인슐린 주사를 꾸준히 맞아도 잘 통하질 않았고 무엇보다 혈당조절이 아주 힘들었다.
식단도 식이요법을 해야 해 먹고 싶은 걸 참고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알게 된 인슐린펌프 치료는 진짜 췌장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기여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인슐린펌프는 인슐린 밸런스를 잘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교육이 필요했다. 그런데 인슐린펌프 치료는 말 그대로 나를 살려냈다. 내가 만약 인슐린 주사에만 의존했다면 나는 지금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인슐린펌프는 내게 새 삶을 줬고, 건강하게 살면서 병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줬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제 내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주치의인 최수봉 박사는 내가 꼭 완치된다고 희망을 준다. 완치돼 인슐린펌프를 떼고 스포츠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싶다. 더 많은 에너지와 동기부여로 더 활발할 삶을 살 것이다. 지금도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인슐린펌프를 통해 당뇨병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더 길어진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한다.
당뇨 치료의 한류 파워, 인슐린 펌프가 이끈다
입력 2017-06-19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