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 연극·드라마·영화서 족적 남긴 윤소정씨 타계

입력 2017-06-19 00:00

“윤소정은 타고난 배우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노력하는 배우였다.”

지난 16일 패혈증으로 별세한 배우 윤소정(73·사진)씨에 대해 연극계는 이렇게 회고했다. 50년 넘게 연극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연극은 고인의 배우인생에서 뿌리이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분야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동료 및 선후배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1966년 극단 자유에 함께 입단했던 배우 박정자(75)씨는 “불과 2∼3주 전에 배우 손숙 윤석화 김성녀 등과 함께 전남 해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인과 무려 연극 14편에서 호흡을 맞출 만큼 각별했던 배우 이호재(76)씨는 아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남편인 배우 오현경(81)씨와 함께 다음 달 연극 ‘봄날’을 공연하는 연출가 이성열(55)씨는 “오 선생님이 윤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쇼크를 받으셨다. 오랜 암 투병 끝에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무리하면 안 되는 만큼 건강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연극계 관계자들은 맺고 끊는 것이 분명했던 그의 성격, 후배에게는 각별했던 그의 씀씀이, 노력파였던 그의 연기 열정에 대해 추억했다.

박명성(54)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윤 선생님은 매우 쿨한 성격이지만 후배들을 잘 챙기는 분이었다. 그래서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고 말했고, 연출가 김광보(53) 서울시극단 단장은 “윤 선생님은 소녀 같은 순수함이 있는 배우였다. 일상의 그런 아름다움이 작업에 들어가면 진지함과 더해져 큰 힘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평론가 출신인 김윤철(68)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윤 선생님은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분이었다”고 추모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러진다.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엄수된다. 유족과 연극인들은 영정을 들고 고인이 평소 즐겨가던 대학로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