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은 한 번 시행하면 수혜자가 있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어떤 정책보다 신중해야 한다. 문제점은 없는지, 재원은 충분한지, 지속가능할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냉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노인 대상 기초연금 인상, 0∼5세 아동수당 지급 등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부족해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선심성 정책 일색이고 쓴 약이 없다는 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2021년엔 30만원으로 인상된다. 기초연금 인상에는 내년에 2조4000억원, 2018∼2022년엔 4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국정기획위는 내년부터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매달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지급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이 도입되면 연평균 2조6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이 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재원 대책도 같이 내놔야 한다.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국민들한테 이런 혜택을 줄 테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든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5년 전세 사는 사람이 곳간을 다 비워버리면 다음 정권과 후손은 빚 독촉 청구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 공약도 시급성과 경중을 따져보고 해야지 무턱대고 밀어붙이면 그리스 꼴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동수당은 90여개국이 시행하고 있지만 출산율 제고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5세 이하 아동에게 10만∼20만원의 보육수당이 지급되고 있어 이중지원이다. 시행하더라도 소득수준과 자녀수에 따라 차등지급해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복지를 자랑하던 영국이 2013년 재정적자 때문에 고소득층에 아동수당을 제외하는 선별복지로 돌아선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설] 선심성 정책 밀어붙이는 국정위, 쓴 약도 필요하다
입력 2017-06-18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