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에너지 소비 도시? SEOUL 에너지 자립 도시!

입력 2017-06-19 18:19 수정 2017-06-20 11:35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서울숲 유휴공간(위)과 버스정류장(아래). 서울시 제공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서울의 에너지 소비와 공급 시스템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LED 조명을 적용한 삼성전자 서초 사옥 내부(위)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승강장(아래). 서울시 제공
#1. 서울 강서구 재활용집하장과 서남물재생센터에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집단에너지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하수열, 소각열 등을 이용해 마곡지구 내 아파트와 업무용 빌딩에서 쓰는 냉난방에너지의 약 60%를 공급할 예정이다. 친환경에너지를 이만한 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마곡집단에너지시설은 마곡지구에 입주하는 아파트 1만1353가구와 상업·업무·연구·의료시설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2. 지하철 1∼8호선의 모든 역사에 있는 조명 43만개가 2014년 친환경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됐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와 사업소 청사의 조명 역시 LED로 바뀌었다. 올해까지 자치구와 투자기관 청사의 조명, 내년까지 시내 가로등과 보안등이 100% 교체된다. 이렇게 되면 2018년까지 서울시 공공부문에 220만개의 LED 조명이 보급된다.

#3. 지난 3년간 한강사업본부청사, 송파구 잠실유수지축구장, 마포구 성산사회복지관 등 공공기관 190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됐다. 아파트 베란다 등에 미니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가구는 지난해까지 2만2000가구였고, 올해 새로 1만 가구가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지금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가장 앞서가는 친환경에너지 생산도시로, 에너지 의존도시에서 에너지 자립도시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중이다. 도시의 에너지 소비와 공급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이 전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속도는 꽤나 빠르다.

서울시의 친환경에너지 생산량은 2012년 3만5000TOE(석유환산톤)에 불과했으나 2014년 6월 14만7000TOE로, 2016년 말 39만TOE로 늘었다. 2011년과 비교해 2015년 전국의 전력사용량은 6.28% 증가했지만 이 기간 서울시에서는 3.24% 감소했다.

2011년 9월 15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 전력자립률은 2.89%에 불과했다. 자체 에너지 생산이 거의 없이 전력 97%를 다른 지역에서 장거리 송전망으로 끌어다 써 왔다. 중대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서울은 자체의 에너지로 최소한의 도시 기능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2012년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시작해 에너지 자립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전력자급률은 2015년 5.5%에 도달했다. 시는 2020년 전력자립률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서울시 전체 전력소비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로 꾸준히 교체해 가고 있다.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 조명 교체도 진행 중이다.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할 수 있도록 교체 사업비 중 10% 이내, 최대 10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시 지원을 받아 지하주차장 조명 3300여개를 LED로 교체한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간 전기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7㎿h 감소했다. 연간으로 환산해 전기요금을 산출하면 4400만원을 절감한 셈이다.

시는 지난해 98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 조명 6만9000여개를 교체한 데 이어 올해는 200여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조명 14만여개를 교체한다. 2020년까지 민간부문에 총 3768만개의 LED 조명을 교체·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게 달성되면 서울시는 LED 조명 교체만으로 연간 총 97만TOE를 절약하게 된다. 원전 1기가 1년에 생산하는 에너지(200만TOE)의 절반 정도다.

서울시가 친환경에너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는 또 다른 사업은 태양광 보급이다. 관청이나 학교, 병원, 지하철 등 공공기관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되고 있고, 공공부지마다 태양광발전소나 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2011년까지 22㎿에 불과했던 서울시 태양광발전량은 2014년 말 84㎿로 증가했고, 2016년 말 124.6㎿까지 늘었다.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조직과 예산을 편성해 실행에 옮겨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원전하나줄이기를 계기로 도시 주도, 지역 주도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에너지분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2015년 서울시가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도와 함께 ‘지역에너지전환 공동선언’을 한 것은 국가가 주도해온 한국 에너지 정책 역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