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석 LG전자 H&A사업본부 개발팀장 “건조기 가전시장 주연 떠올라 뿌듯”

입력 2017-06-19 05:00
LG전자 H&A사업본부에서 건조기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정영석 수석연구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건조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건조기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전해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건조기가 출시된 지 10여년 만에 국내 가전시장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전기료를 절감한 기술개발과 나빠진 대기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전업계에서는 “건조기를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전 변방에 있던 조연이 주연이 되는 데까지는 28명의 개발팀 직원 등 수십명의 땀이 있었다.

지난 16일 LG전자 H&A사업본부에서 건조기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정영석 수석연구원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났다. 경남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는 그는 요새 서울 출장이 잦다고 했다. 국내에 판매되는 건조기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배 늘었다. 건조기가 국내 처음 판매된 건 2004년부터다. 최근까지 건조기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가스식 건조기는 배관 설치 문제로, 히터 방식의 전기 건조기는 높은 전기료로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지난해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건조기를 출시했을 때도 기대가 크지 않아 광고조차 안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건조기는 출시 4∼5개월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개발에만 3년 넘게 걸린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데 있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은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한 결과 기존 전기식 건조기에 비해 전기료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 수석연구원은 지난한 개발 과정을 떠올렸다. “통상 1년∼1년 반이면 마무리되는 제품 개발이 건조기에는 3년이 걸렸다”며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에만 1000대가 넘는 건조기가 쓰였다”고 말하는 정 연구원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그가 가장 뿌듯한 순간은 사용자들의 좋은 반응이 전달될 때다. 가장 호응이 좋은 기능은 ‘침구 털기 코스’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반쯤 내놓고 이불을 털지 않아도 건조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먼지나 머리카락이 대부분 제거된다. 수건 건조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올을 살리는’ 건조 방식으로 자연 건조했을 때보다 폭신폭신해지고 부피가 커진다. 빨래를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 반려동물의 털도 전부 걸러진다.

앞으로 건조기는 딥러닝 방식이 적용되는 등 진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사용자마다 다른 사용 습관이나 옷감의 종류 등을 학습해 건조기가 알아서 작동하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정 수석연구원은 “주변 반응을 들을 때마다 건조기가 가전의 주연으로 올라섰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앞으로 시장 반응을 면밀히 살펴 소비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건조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